[사설] 새누리당이라도 정신 차려라

입력 2016-10-26 18:09
당·정·청은 국정 운영의 세 축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으로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국가 주요 정책이 사전에 최씨에게 보고되고 결정됐다는 의혹이 나온 이상 당분간 제 기능을 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초유의 비상시국에 여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지금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만 가중시키고 있다. ‘최순실 연설문 유출 사건’이 드러난 직후 25일 이정현 대표가 보인 반응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 대표는 자신도 연설문을 작성할 때 친구 등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쓴다고 했다. 아무리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하지만 온 국민이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 국기문란 사태를 이렇게 접근하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여당 대표가 이 모양이다보니 수습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 친박계 지도부는 26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당 안팎의 지도부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대신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쇄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은 대통령이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1분40초 사과’에 국민들이 납득을 못 하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 나온 평가다.

뒤늦게 야당이 요구한 특검도 수용했지만 이래서는 여당도 무사할 수 없다.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직적 당·청 관계를 이번에 바로잡아야 새누리당도 존속할 수 있음을 친박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