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극비 사항인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미리 받아 의복 등을 준비했으며, 청와대 행정관들이 최씨를 수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씨는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는 2014년 9월 박 대통령의 북미 순방 일정표를 받아봤다고 TV조선이 25일 보도했다. 외교부 의전장실이 만든 이 문건에는 ‘대외 주의’ 문구와 함께 ‘2014년 8월 7일 14시’라는 일시가 적혀 있다. 또 최씨의 필체로 ‘빨강’ ‘보라’ 등 색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적혀 있다.
이 단어들은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입을 옷 색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순방일정이던 ‘서울공항 출발’ 옆에는 ‘보라’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박 대통령은 보라색 옷을 입고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순방일정마다 최씨가 적은 색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TV조선은 청와대 행정관들이 최씨를 도와 의복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청와대 이영선 행정관이 2014년 11월 3일 한 사무실에서 최씨의 전화 시중을 드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유도선수 출신인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경호를 담당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 달 24일에는 최연소 청와대 3급 행정관이 된 윤전추씨가 사무실에 나타나 최씨에게 서류를 보여주거나 메모하는 모습이 나온다. 헬스 트레이너 출신인 윤씨는 청와대 입성 당시부터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대정부 질문에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처음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고, 윤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이 최씨와의 인연 덕분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우 수석의 버티기 배경에 최씨와의 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당시엔 최씨 의혹이 발생한 초기여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관련 폭로가 이어지면서 상당부분 신빙성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TV조선은 또 최씨의 사무실에서 민정수석 추천 문건도 입수, 공개했다.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라는 문건에는 제일 상단에 ‘현재 민정수석’이라며 홍경식 전 민정수석비서관 사진과 프로필이 적혀 있다.
그 아래에는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김종필 법무비서관 등의 사진과 프로필이 기재됐다. 조 의원이 사퇴하며 공석이 된 공직기강비서관 등은 공석으로 표시됐다. 제일 하단에는 홍 수석의 후임으로 감사원 곽상욱 감사위원을 추천한다고 표시돼 있었다. 곽 감사위원의 출생지와 출신 고교, 대학 경력 등도 함께 기록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건의 형식이나 글씨체 등이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사진을 보기 때문에 문서에 사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다만 곽 감사위원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진 않았다.
아울러 최씨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여름휴가 장소를 사전에 알았고 공개되지 않은 사진까지 받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JTBC는 최씨의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최씨가 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3년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냈을 때 촬영한 미공개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7월 30일 오후 5시4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직접 전하며 ‘저도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5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최씨는 같은 날 새벽 1시4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총 13장의 사진을 전달받았고 이 중에는 박 대통령이 공개한 사진에서 착용하고 있던 원피스와 같은 복장으로 근무 중인 군인들과 인사하거나 산책하는 등 공개되지 않은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최순실, ‘극비’ 해외순방 일정표 미리 받아 의복 준비
입력 2016-10-26 0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