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 인정’ 朴대통령, 법적 책임 논란

입력 2016-10-26 00:00

박근혜 대통령의 25일 대국민 사과 발언에 대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대통령기록물법)과 형법(공무상비밀누설) 위반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이에 대한 향후 대응 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도움을 받은 적 있다”는 부분과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 있으나…”는 부분이다. 사실상 청와대 내부 문건의 외부 유출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 행위를 자백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위 공안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연설문의 경우 검토가 필요하지만 (유출된 문건은) 기본적으로 기록물”이라며 “인사안 등이 유출됐다면 이런 건 공무상 기밀누설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안의 경우 이 사람이 될 수도, 저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호 가치가 있다”고 했고,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선 “‘통일 대박’ 등 내용이 담긴 이 문건은 정책적 사안이다. 미리 나가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여부는 검토가 필요하지만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적용이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일단 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는 초안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및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등에서 ‘생산이 완성된 문서’를 기록물로 판시했다.

이 의원은 “최씨가 문건을 받아보고 고쳤다면 초안인 거고, 안 고치고 그냥 보냈다면 완성본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초안이라고 밝힌다면 법 처벌은 면하되 최씨의 국정 개입을 인정하는 것이고, 완성본이라고 한다면 그냥 처벌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유출을 인정한 이상 정부가 어떤 설명을 하든 정치적 또는 법적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당장 형사처벌 받진 않는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기소되지 않는 불소추(不訴追) 특권이 있어서다. 다만 임기 후에는 기소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의 한 야당 의원은 “기소는 당하지 않지만 수사는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정황을 보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과도한 해석이란 반론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 출신 새누리당 의원은 “완성되기 전 문건에 대해 일종의 검토 작업을 한 게 아니냐”면서 “최씨가 후보시절 홍보 담당도 했었다니까 얼마든지 검토시키는 거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될 만한 문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종 결재 전이라면 측근한테도 의견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당시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일벌백계를 주문했었다.








글=강준구 전웅빈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