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영웅’은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6-10-26 17:26 수정 2016-10-27 17:36
김광수 건축가의 파빌리온 프로젝트 '만다라 영웅'. 문화역서울 284제공
최수앙 작가 외 5인의 ‘최평열 과장 기념관’. 문화역서울 284제공
‘노숙자의 쉼터’가 된 서울역광장. 칙칙한 이 공간에 여성들이 머리 말 때 쓰는 분홍 그루프를 연상시키는 화사한 설치물이 들어섰다. 옛 서울역사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의 신작전 ‘페스티벌284:영웅본색’에 내놓은 건축가 김광수씨의 파빌리온(전시관) 프로젝트다. ‘만다라 영웅’이란 제목이 붙은 이 파빌리온 작품은 의도적으로 광장의 강우규 열사 동상 옆에 설치됐다.

25일 전시장에서 만난 김씨는 “관객이 ‘자신의 영웅’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면 여기에 전시하는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라며 “‘근엄함’이나 ‘진중함’이 과거 영웅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쾌활함’과 ‘경쾌함’도 영웅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보내온 각자의 영웅은 폭소를 터뜨릴만했다. 아기와 어머니, 아내, 남편 등 가족이 대부분이지만 강아지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물론 족발과 치킨, 맥주 등 즐거운 기억을 준 음식도 있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영웅은 그렇게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이 아니었다. 작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수앙 작가는 아예 평범한 70대 노인 최평열씨를 영웅으로 제시했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6인조 ‘모조 기념사업회’팀을 만들어 ‘최평열 과장 기념관’을 기획해 흉상과 학창시절 사진, 초상화 등을 진열했다. 최평열씨는 작가의 아버지이다. 최 작가는 “누구라도 영웅이 될 수 있고 어떻게 영웅화가 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기운 작가는 영웅에 대한 개념을 해체한다. ‘진실에 접근하기’는 추모곡이 장중하게 흐르는 가운데 아톰, 슈퍼맨 같은 시대의 아이콘을 그라인더로 갈아 없애는 영상작품이다. 중국 작가 장웨이, 스코틀랜드 출신의 퍼포먼스 음악가 로비 톰슨 등 7개국 24팀 70명이 참여해 우리 시대 영웅의 의미를 묻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