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권력 3인방’ 직격탄 맞나

입력 2016-10-26 04:19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최순실씨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지만 박 대통령뿐 아니라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향한 책임론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 메시지 관리를 맡은 정호성 부속비서관 등 18년간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문고리 3인방은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에선 26일 회의 때 이들의 출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끝내 불응할 경우 다음 달 운영위 예산심사 때 반드시 불러낼 것”이라고 했다.

3인방 중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인물은 정 비서관이다. 대통령 연설문은 대부분 정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 회의와 연설기록비서관실의 초안 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 정 비서관 손에 넘겨진다. 정 비서관은 또 최순실씨 사무실로 청와대 문건을 직접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국민일보는 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정 비서관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야권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3인방의 향후 거취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들은 2014년 말 최순실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와 3인방 등 이른바 ‘십상시(十常侍)’가 비밀 모임을 가지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씨가 이·안 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이후 검찰 수사에서 정씨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박 대통령 보좌진은 처음에 4인 체제였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 유세 일정을 수행하던 이춘상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3인방 체제가 됐다. 3인방은 박 대통령이 19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한 번도 박 대통령 곁을 떠나지 않았다. 3인방을 직접 보좌진으로 뽑은 인물은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했던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정윤회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인방이 청와대에서 업무를 계속 수행하느냐는 문제는 단순히 박 대통령 보좌진 체제 변화라는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수족 같은 3인방 교체뿐 아니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기 후반부에 박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3인방을 교체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체하기 힘든 3인방을 임기를 얼마 안 남기고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터진 뒤에도 “3인방은 비서에 불과하다”거나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 연설문 유출 파문 등 ‘비선 실세’ 논란의 시발점은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이후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씨와 함께 ‘새마음봉사단’을 이끄는 등 19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속히 가까워진다. 박 대통령과 최태민씨의 딸 순실씨와의 관계도 이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이 순실씨와 함께 있는 장면이 처음 기록으로 남은 건 1979년 6월 10일 한양대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제전’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 행사를 주최한 새마음봉사단의 총재였으며 순실씨는 새마음대학생 총연합회장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26 이후에도 순실씨는 박 대통령의 곁을 지켰던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 순실씨는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의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다 육영재단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사실이 최근 새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런 탓에 두 사람 관계가 단순한 친분을 넘어 서로를 연결하는 제3의 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이 7시간 정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정씨와 관련지은 보도가 나오면서다. 이 과정에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경택 조성은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