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예산에 반영한 일시차입금 이자비용 540억원을 쓰지 않아 전액 불용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많이 거둬들인 탓에 나라 곳간에 여유가 생겨 단기자금 조달에 따른 이자비용을 굳이 예산으로 메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세수 역시 좋은 실적이 예상되는데도 이자비용 예산이 470억원이나 편성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5일 “정부가 올해 일시차입금 이자비용으로 편성한 예산 540억원이 9월까지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 편성한 470억원도 국고금 운용 수익으로 먼저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아 사업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시차입금은 예산집행 금액에 비해 들어오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려고 정부가 조달하는 단기 자금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단기 채권인 재정증권(63일물)과 한국은행에서 빌리는 돈으로 충당하는데 일정한 비용이 필요하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기획재정부는 상반기에 필요한 자금수요(조기집행률 59.5% 가정)를 164조원으로 전망했지만 같은 시기 들어오는 세수는 145조20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 18조8000억원이 부족한 셈이다. 재정증권 발행(할인채여서 이자에 해당하는 비용을 미리 떼는 방식)에 필요한 비용은 446억원이고 한은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이 24억원으로 총 이자비용은 47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그동안 이런 방식의 일시차입을 통해 상반기 예산집행률을 60% 이상으로 유지해 성장률을 지탱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정부 지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재정절벽’이 발생했다.
문제는 세수 여건이 나아졌는데도 관성적인 예산 편성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관련법상 이자비용은 국고금 운용 수익으로 우선 충당하고 부족분을 예산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는 세수 여건이 좋지 않아 예산이 필요했지만 올해의 경우 세금이 많이 걷혀 국고에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예산을 편성해놓고 쓰지 않는 불용예산이 된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자비용 예산에서 국고금 운용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는 규모를 먼저 산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고금 통합계정 운용 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예산편성이 안 돼도 문제”라고 해명했다.
국회에서도 일시차입금 이자비용이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24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해 단기 수치를 높이고 하반기 정부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이자비용 예산은 소수만 남기고 삭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세금 여유있는데 매년 거액 이자비용 예산?
입력 2016-10-2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