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설립된 국내 최고(最古)의 인천 내리교회. 예배당 입구에는 설립자 아펜젤러(1858∼1902) 동상이 있었다. 담임목사의 방은 로비를 지나 20여m 복도 끝에 있었다. 방 삼면의 책장과 붙박이장은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흥규 목사는 최근 만남에서 “회의나 심방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항상 책을 본다”고 했다.
‘책벌레’로 알려진 대로다. 그는 신학을 공부하는 동안 동반자가 된 ‘신학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신앙과지성사, 이하 신학연구)’와 설교의 가이드로 삼고 있는 ‘설교와 설교자(복있는사람)’를 ‘길위의 책’으로 소개했다. “‘신학연구’는 미국 남감리교대(SMU)에서 공부할 때 저를 지도한 찰스 우드 교수님의 저서입니다. 1990년대 초 처음 봤는데, 국내에 알리고 싶어서 몇 해 전 제가 번역했습니다.”
우드는 미 신학계에서 신학을 목회자의 능력(Capacity)이나 습성(Habitus)으로 정의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드 교수님은 신학의 본질이 ‘하나님과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만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죠. 신학교육의 목적은 이 주의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300쪽짜리 논문이면 무조건 100쪽으로 줄이라고 하실 정도로 글은 깐깐하게 보시고요(웃음).”
우드는 ‘신학연구’에서 이 주의력을 배양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신학적 성찰의 기본 요소는 통시력과 변별력입니다. 통시력은 거시적 안목이고 변별력은 미시적 안목입니다. 저는 늘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둡니다. 밑줄을 그으며 정독한 뒤, 여유를 갖고 사색합니다. 고슴도치처럼 풀 한 포기까지 관찰 한 뒤 여우처럼 언덕 위로 올라가 숲을 내려다보는 셈이지요.”
‘신학연구’가 신학과 김 목사를 연결해주는 책이라면, ‘설교와 설교자’는 김 목사와 성도들을 만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 마틴 로이드 존스(1899∼1981)는 20세기 최고의 강해설교가로 ‘설교자의 설교자’로 불린다. “존스 목사님의 설교는 마음의 성결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감리교인의 정서에 잘 맞습니다. 또 이론과 실제가 만나는 상황을 예화로 잘 사용하셨습니다.”
‘설교와 설교자’는 설교의 중요성, 준비, 형식, 성격, 내용, 회중과의 관계 등을 상세하고 담고 있다. “누군가의 비유처럼 한국교회는 지금 이벤트 따위의 ‘애드벌룬’을 하늘로 띄워 교인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존스 목사님은 ‘달콤한 말’을 원하는 회중에게 목회자가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회중을 지배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된 설교’가 목회자의 본문이란 것이다. 김 목사는 ‘영적 독서’를 강조했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떨기나무 불꽃을 봤을 때 호기심 갖고 다가가서 하나님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모세(출 3:1∼5)처럼 호기심을 갖고 성경과 여러 책을 읽으며 신앙의 깊이를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종교개혁의 정신입니다.” 그는 내력 깊은 교회 깊숙한 곳에서 책을 읽으며 영적 진리를 캐는 ‘광부’ 같다.
■책벌레로 소문 난 김흥규 목사의 독서법 '밑줄 쫙∼'
김흥규 인천 내리교회 목사의 책상 위에는 연필 10여 자루와 자 서너 개가 있었다. 김 목사는 책을 읽을 때 그 자를 책 위에 올려놓고 주요한 부분에 줄을 긋는다(사진). 밑줄을 그은 부분의 내용에 따라 ‘Hm’ ‘Yes’ ‘Ha’ 등을 옆에 적어 두기도 한다. ‘Hm’은 생각해볼만한 대목이다. ‘Yes’는 공감하는 내용에 쓴다. ‘Ha’는 저자의 글이 깨달음을 주거나 감탄을 줄 때다. 김 목사는 “밑줄을 그으며 정독(精讀)을 하고, 내 반응을 쓰면서 숙독(熟讀)을 한다”며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인 것 같다. 이 과정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길 위의 책-김흥규 인천 내리교회 목사] '달콤한 말'로 회중 이끌지 말라
입력 2016-10-26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