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38)씨는 지난달 초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렌터카를 알아봤다. ‘엑센트’급 차량을 하루 동안 빌리는 데 비용은 최저 2000원이었다. 2년 전에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던 최씨는 그새 값이 엄청 싸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상품 내용을 꼼꼼하게 뜯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차량 대여비가 싼 업체는 자차보험을 의무 가입하도록 했다. 차량이 파손됐을 때 수리비를 600만원까지 보상해주는 완전 면책보험의 보험료는 1만8000원, 600만원 한도 내에서 수리비용의 80%를 보상해주는 일반 면책보험은 9000원이었다. 이 자차보험은 렌터카 업체가 만들어서 운용하는 상품이다.
최씨는 “보험사에서 ‘렌터카 자차보험’을 가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 렌터카 업체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자차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 2만원에 차량을 빌렸다”고 말했다.
제주도 렌터카의 ‘가격 낚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차량 대여비용을 낮추는 대신 자신들이 만든 자차보험의 보험료를 높이고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꼼수를 쓴다. 소비자는 더 싼 보험 상품을 선택할 수도 없다. 렌터카 업체의 자차보험은 정식 보험 상품도 아니다.
‘가격 낚시’가 만연한 것은 렌터카 업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내 렌터카 업체 수는 2013년 63곳에서 올해 7월 현재 106곳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여료를 낮추는 가격경쟁이 일어났다. 적자가 잇따르자 대여료는 싸게, 자차보험료는 비싸게 설정해 총액은 큰 변동이 없도록 하는 신종 영업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렌터카 업체들이 만들어서 운영하는 자차보험은 정확하게는 ‘차량손해면책제도’다. 정식 보험사가 판매하는 자차보험과 다르다. 렌터카 업체가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아 일정금액을 적립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리비에 쓰는 것으로 유사보험이다. 차량손해면책금은 자율적으로 소비자가 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강제하는 셈이다.
문제는 업체가 차량손해면책제도를 자체 운영하기 때문에 보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렌터카 업체는 신호위반이나 졸음운전 등 운전자의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완전면책’에 가입해도 수리비를 요구한다.
소비자가 싸면서 정식 보험 상품인 자차보험에 가입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부터 렌터카 업체의 차량손해면책금 대신 보험사의 ‘렌터카 손해담보 특약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보험사가 판매하는 엑센트 렌터카 자차보험은 보험료가 하루 3000원이다. 차량손해면제금의 6분의 1 수준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렌터카 대여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개별적으로 보험사를 통해 자차보험을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렌터카 이용 24시간 전에만 가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기획] 관광객 낚는 제주 렌터카 업체
입력 2016-10-2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