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두테르테, 일본에선 무슨 말 하려나

입력 2016-10-25 17:43 수정 2016-10-25 21:11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20일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서 바지에 손을 넣은 채 걸어가고 있다. 두테르테는 25일부터 사흘간 일본 방문에 나섰다. AP뉴시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5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에 나섰다. 최근 미국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필리핀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우방인 일본과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 주목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양국 정상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안보 문제를 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의 해양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최근 중국과 관계를 돈독히 했던 두테르테가 일본의 중국 견제에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두테르테는 방일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필리핀의 해안경비 능력엔 한계가 있다”며 “일본과의 해양방위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도 주요 의제다. 두테르테는 도로·철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일본의 경제지원을 바란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철도 없이 발전한 나라는 없다”며 임기 내 주요 거점 도시를 잇는 대규모 철도 구축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240억 달러(약 27조원) 투자를 약속받은 것처럼 일본에서도 대규모 경제지원을 끌어내려는 포석이다.

아베는 두둑한 선물을 준비했다. 일본은 두테르테의 고향인 민다나오섬 농업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차관 50억엔(약 550억원)과 해양순시선 2척을 제공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에게 ‘당근’을 제시하며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도 한발 물러섰다.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는 무역과 상업 분야에서만 동맹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미국과는 여전히 동맹 관계”라고 말했다. 중국·러시아와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미국·일본과는 군사적 실리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