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디지털 통화)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제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가상화폐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하게 물건을 사는 등 새 결제수단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로 각종 본인인증 과정을 간소화하는 등 핀테크 기술 발전도 기대된다.
25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제도화 방안을 이르면 다음해 3월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 공동으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꾸려 관련 방안을 논의한다.
가상화폐는 2009년 1월 개발된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금처럼 사실상 총량이 제한돼 있고, 별도의 화폐 발행자나 관리자가 없다. 금융위는 가장 많이 상용화된 비트코인에 초점을 맞춰 제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트코인을 제도화한다고 원화처럼 새로운 법정통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법정통화는 한국은행법상 한은이 발행하는 화폐로 제한돼 있다. 대신 전자금융법상 전자화폐로 비트코인을 등록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화를 해도 당장은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한 일종의 포인트처럼 일종의 대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쓰는 곳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선불카드 등에도 비트코인이 이용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결제에 공인인증서 등이 필요 없어서 거래가 간편해진다.
외환송금도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시간이 짧아지고, 송금 수수료도 낮아진다. 일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지난 7월부터 비트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 핀테크 업체들은 비트코인이 한국에서 제도화되지 않아 해외 사업자와 제휴가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세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은 다음해부터 비트코인 매입 시 소비세를 매기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독일은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관련 세제 문제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이다. 블록체인 연구 컨소시엄이 꾸려지면서 본인인증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도 활발하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계에서는 출생·사망신고 등과 관련된 정부의 행정시스템 효율화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대면 본인 확인 시 필요한 서류나 신분증 등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면 전산 관리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다만 보안 문제 등이 중요 이슈다. 블록체인은 공유된 거래 내역을 모두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한다. 정보를 한곳에 모아 놓는 것보다 보안성이 높다고 하지만 공유된 개인 거래 내역이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불안정한 문제도 걸림돌이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6일 1비트코인당 67만9000원이었는데 25일 오후 3시30분 현재 75만1000원까지 뛰었다.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결제할 경우 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 등 이슈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원화도 가치가 고정된 건 아니다”면서도 “비트코인 변동폭이 크다는 점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온라인 쇼핑·외화 송금, 비트코인으로 간편하게 ‘OK’
입력 2016-10-26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