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22% 폭등 ‘오바마케어’ 위기

입력 2016-10-26 00:07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법)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오바마케어의 내년 보험료를 평균 22%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바마케어에 들어가는 세금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어서 반대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CNN방송은 미 정부가 오바마케어를 시행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보험료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보험료 인상률 2%, 올해 7.2%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인상된 수치다. 보험료가 가장 낮았던 애리조나는 무려 116% 인상된다.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 보험법(PPACA)’이 정식명칭인 오바마케어는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가 골자다. 의료시스템에서 소외된 저소득층과 중산층에는 보조금을 지급해 살인적인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임기 말 오바마 행정부가 파격적인 인상폭을 결정한 것은 보험사의 불만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는 정부가 주도하지만 상품판매는 민간 보험사가 맡는다. 보험사는 청년층이 낸 보험료로 노인의 의료비를 부담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청년층의 가입률이 낮아 의료비 지출만 늘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급기야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애트나, 시그나 등 주요 보험사가 내년에 오바마케어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오바마케어를 판매하는 보험사가 70곳 남짓 줄면서 소비자 선택권도 좁아질 전망이다. 아칸소, 와이오밍, 오클라호마 등 5개주는 내년에 오바마케어를 판매하는 보험사가 1곳씩만 남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연방정부의 재정 부담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케어 가입자는 4가지 선택 상품 중 보험료가 저렴하고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실버’ 상품에 집중돼 있다. 이들의 부담금을 현재와 비슷한 월 100달러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연방정부가 인상분을 떠안는 수밖에 없다.

오바마케어 비용 문제는 반대론자들이 비난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연방정부 보건부는 “아직 가입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당초 의회예산국이 책정했던 예산도 여유가 있다”고 해명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보험료 인상에 여론도 크게 동요했다. 보건부는 “보험료와 더불어 보조금도 늘리겠다”며 “실제 비용이 증가했다고 체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보건부 관계자는 “가입자 10명 중 7∼8명은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아 개인별 월 부담금은 100달러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오바마케어는 이제 끝났다”고 외쳤다. 그는 TV토론을 비롯해 각종 연설에서 “내년 오바마케어 보험료는 100% 인상된다”고 주장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