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미녀’ 안무가 하이데 방한 “내 딸과 같은 강수진, 무용수로서 모든 것 갖춰”

입력 2016-10-25 17:46 수정 2016-10-25 21:48

“(강)수진은 내게 딸 같은 존재예요. 한국에 와서 수진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에서 작업하는 것은 내게 특별해요.”

국립발레단의 신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11월 3∼6일 예술의전당)의 안무를 위해 전설적인 무용수 마르시아 하이데(79·사진)가 내한했다. 브라질 태생의 하이데는 강 단장의 친정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간판스타로 활동하다 20년간 예술감독을 지낸 인물. 현재 칠레 산티아고발레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강 단장과의 인연 및 자신의 예술세계를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시절의 어린 수진을 처음 보고 무용수로서 모든 것을 가진 소녀라고 느꼈다. 실제로 수진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뒤 관객의 사랑을 받는 위대한 발레리나로 성장했다”면서 “‘로미오와 줄리엣’ 초연부터 사용했던 줄리엣 의상과 반지를 수진에게 물려준 것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준다는 의미와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수진은 엄마와 딸처럼 서로를 챙겼다. 예술감독 업무로 지친 내게 수진은 홍삼을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역 시절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존 크랑코의 뮤즈였다. 모리스 베자르, 케네스 맥밀란, 존 노이마이어 등 유명 안무가들이 그를 위한 작품을 만들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시작으로 여러 편의 발레를 자신만의 색깔로 재안무했다. 그는 “크랑코, 베자르, 노이마이어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위대한 안무가와 달리 나는 기존의 발레에 내 색깔을 담아 재안무하는 정도”라고 겸손해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