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지표 빨간불… 한국경제 ‘성장 정체’에 덜커덩

입력 2016-10-26 00:00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7% 늘어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성장의 정체다. 민간소비는 반토막났고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주력 분야인 제조업 생산 역시 2분기보다 뒷걸음질쳤다. 이런 3대 성장지표의 빨간불이 4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더 문제다.

한국은행은 25일 3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가 0.7%를 기록해 2분기 0.8%보다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3분기 성장률 1.2%로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회복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 이후 지속적인 분기별 0%대 성장률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질적으로도 퇴보하고 있다. 부동산 호황과 정부 지출에 기댄 성장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따른 건설투자 부문이 3분기 3.9% 성장해 2분기 3.1%보다 더 늘었으며, 4대 중증질환 등 건강보험 급여 지출 확대가 정부소비 1.4% 증가로 이어져 성장률을 지탱했다. 경기 침체의 추가적 하락을 막은 성과를 내긴 했지만 부동산 분야는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급증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정부소비 역시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이 포함돼 일시적이란 맹점이 있다.

반면 3대 경제지표 성적표는 처참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3분기 0.5%에 그쳐 전분기 1.0%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폭염으로 전기 소비가 늘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가 끝나면서 내구재 소비가 빠르게 줄었다.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하는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0.1%로 2분기 만에 다시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주면 -4.5% 줄어든 것으로 지표 가운데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 산업의 대표업종인 제조업 생산도 전분기 대비 -1.0%를 기록해 2009년 1분기 이후 7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양대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폭발 및 단종 사태와 현대자동차의 장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주된 원인이다.

4분기엔 삼성전자, 현대차 사태 후폭풍이 여전한 상황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내수 위축 우려가 더해진다. 정권 후반기 정치적 리더십 붕괴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기적 요인도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자의 갈등 조정이 쉽지 않아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개혁이 어려우면 확장적 재정과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침체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방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도 “교량을 놓고 신공항을 만드는 식의 재정 투입이 아니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등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확장적 재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