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新트렌드] 관심 뜨거운 투자자들 선점 ‘잰걸음’

입력 2016-10-25 18:23

선강퉁(深港通·중국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의 교차거래) 시행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 13일 리샤오자 홍콩거래소 총재가 다음 달 21일이나 28일 중 선강퉁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선전증시의 주식을 홍콩에서도 거래할 수 있게 돼 외국인들도 홍콩을 통해 선전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6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선강퉁 실시방안이 비준됐다고 발표했다. 애초 12월에나 시행될 것이라던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접어들면서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발표된 경제지표가 비교적 호조세를 보이며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중국팀장은 “3분기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그럭저럭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성장률 역시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는 쪽으로 전망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른 선강퉁 시행으로 시장 개방에 따른 증시 활성화와 금융시장 표준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먼저 개방한 후강퉁(邑港通)과 함께 선강퉁을 통해 외국인 개인투자자는 상하이와 선전거래소 상장사(A주) 중 약 50%, 시가총액의 약 80%를 투자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를 늘려 주식시장 침체 흐름을 타개할 계기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선강퉁 개방으로 금융시장 개방도 속도를 내게 됐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른 시일 내 자국 증시가 미국계 펀드 운용 주요 기준인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팀장은 “선강퉁 시행은 전반적으로는 금융개혁 개방 일정 추진의 한 부분”이라면서 “장기간 좋지 않은 증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선강퉁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벌써 뜨겁다. 지난 8월 기준 해외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중국 펀드인 KB차이나H주식인덱스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18.95%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가 증시 안정화 조치를 시행해 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부동산 과열 억제와 위안화 안정화 양상이 중요하다는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도 투자자들 기대에 발맞춰 준비 중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후강퉁 거래량 1위를 지켜온 삼성증권은 중신(CITIC)증권, 대만 KGI증권 등 현지 증권사와 제휴를 맺으며 범중화권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선전증시의 5개 대표업종과 업종별 유망종목을 선정해 소개한 ‘심천(선전) 주요기업 미리보기’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차이나데스크를 가동해 해외기업 분석과 투자전략으로 중국 시장 및 기업을 분석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개인자산관리 전문가들로 선전기업 탐방단을 구성해 이달에만 2차례 탐방을 다녀왔다. 선강퉁 개시일부터는 실전투자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미 매매시스템을 개발해 놓았다. 선전시장이 열리면 바로 매매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1주일마다 ‘차이나포커스’를 내놓고 매달 ‘신한 중국 비서’ 등 관련 자료를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현지 대형 증권사인 초상증권과 함께 선강퉁 대비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준비를 마친 상태다. 앞서 ‘하나 중국1등주’ 상품 시리즈를 이끈 인력이 주축이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중국 선전증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인 ‘미래에셋차이나심천100인덱스’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설정된 중국 본토 펀드 중 유일하게 선전거래소 상장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다.

중국 입장에서 선강퉁 개방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적어도 초기에는 중국 본토보다 홍콩에서 수혜가 클 것이란 예상이다. 하이퉁(海通)·궈타이주난(國泰君安) 등 현지 대형 증권사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증시가 ‘제한적 등락’을 거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 팀장은 “아무래도 산업·기업별로 구조조정 등이 이뤄지다 보니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 같다”면서 “선강퉁 투자를 준비하는 개인들은 묻지마 투자를 하기보다는 전략을 치밀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