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임원들이 급여 10%를 자진 삭감키로 했다. 현대차그룹 임원의 급여 자진 삭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이후 7년여 만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5일 “51개 계열사 전체 임원이 당장 이달부터 급여의 10%를 자발적으로 삭감하기로 결의했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책임 경영’ 차원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원은 1000여명이다. 급여 삭감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결정은 자동차 판매 정체 등 회사의 경영이 위기 상황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1∼9월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적은 562만1910대였다. 이들 회사의 전년 대비 판매 실적 감소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 추세로는 연간 판매 목표 813만대는 물론 지난해 판매량인 801만5745대에도 못 미치며 역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경기 침체, 중국 현지 업체의 성장 등으로 해외에서 고전하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도 올해 상반기 7.3%로 정점을 찍었던 2014년 상반기 9.0%보다 1.7% 포인트 떨어졌다. 국내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제품 결함 은폐 의혹,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 등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두 회사는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마저 급락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매출 중 영업이익 비율)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지난해 6.9%, 올해 상반기 6.6%로 5년 연속 하락했다.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2011년 8.1%에서 올해 상반기 5.2%로 떨어졌다.
최근 HMC투자증권은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2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품질 신뢰도를 얻으며 2년 연속 동반 10위권에 들었다. 미국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간 자동차 신뢰도 조사에서 전체 29개 브랜드 중 기아차 5위, 현대차 7위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순위(6위)보다 1계단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순위를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2계단 오른 현대차는 2006년 7위를 기록한 이래 10년 만에 순위를 재탈환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현대차 임원 급여 10% 자진 삭감키로
입력 2016-10-25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