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준법경영委 신설…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입력 2016-10-26 00:0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40조원 투자와 7만명 신규채용을 약속했다. 윤성호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 ‘1차 대국민 사과’ 때보다 더 강한 쇄신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룹과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정책본부의 권한과 기능을 제한·분산하고, 40조원 투자와 7만명 신규채용을 하겠다는 게 요지다. 검찰수사로 좌초된 호텔롯데 상장과 지배구조 개편도 담겼다.

신 회장은 25일 ‘대국민 사과 및 혁신안 발표’를 통해 “최근 그룹이 처한 상황과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고민한 끝에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로 안경을 쓴 채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던 신 회장은 허리 굽혀 사과할 때는 비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신 회장은 ‘도덕성’과 ‘준법’을 강조했다. 최근 검찰 수사로 롯데그룹의 신뢰가 추락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이 남았지만 검찰이 범죄 혐의를 적용한 액수만 3755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총수 일가의 횡령성 이득액만 1462억원(신 회장 508억원)에 달한다.

신 회장은 이와 관련, “양적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자성하며 준법경영위원회 신설을 내걸었다. 이미 각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감독하는 투명경영위원회가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설치돼 있지만, 준법경영위원회는 회장 직속이고 외부 법률전문가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다르다. 준법경영위원회는 향후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정책본부는 축소·개편된다. 2004년 10월 불필요한 중복투자 방지 등을 위해 정책본부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현재 총 7개 부서와 부설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그룹은 정책본부를 계열사 간 업무조율, 투자·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세부적인 인원조정이나 조직변경은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서 실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책본부의 역할이 계열사 지원으로 축소되면서 각 계열사들의 책임과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고용 확대 방침도 내놨다. 신 회장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어렵지만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간 6조∼7조원 수준인 투자 비중을 매년 8조원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투자는 현재 롯데가 진행 중인 설비투자분야 연구·개발(R&D)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해 일자리의 질도 높일 계획이다.

신 회장이 지난 대국민 사과 때 밝혔던 호텔롯데 상장과 지배구조 개선은 계속 추진된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한국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현재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이 좌초되면서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중단된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함께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일정과 방식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허경구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