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황금 터널 끝에 또 다른 가을

입력 2016-10-26 18:40
충남 아산시 곡교천 은행나무길을 찾은 여성들이 유모차에 태운 아이와 함께 황금빛 터널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있다. 둔치에는 코스모스와 국화도 심어져 있어 ‘가을 3종세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아산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앞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찾은 방문객이 사진을 찍으며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산토리니, 프로방스, 파르테논 세 가지 양식으로 꾸며진 탕정면 지중해마을이 이국적인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가을은 추억의 계절이다. 푸르렀던 나뭇잎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면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수도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충남 아산은 추억여행의 명소다. 온천 관광도시로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아산은 현충사, 외암리 민속마을, 지중해마을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이 ‘황금 터널’을 이루는 곡교천 은행나무길이 일품이다.



‘가을의 대명사’ 은행나무길


많은 이들이 가을과 함께 은행나무와 코스모스, 국화를 떠올린다. 이 셋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아산시 염치읍 송곡리 인근 곡교천이다.


2.2㎞에 걸쳐 뻗어 있는 은행나무길은 50년을 넘긴 350여 그루의 나무가 곡교천과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길은 방화산 기슭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까지 이어진다. 길 가운데 서면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이 햇빛을 받아 빚어낸 황금빛 낭만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떨어진 노란 낙엽을 밟으면 온몸과 마음이 노란빛으로 물들 것만 같다. ‘아름다운 걷고 싶은 길’로도 유명한 은행나무길은 2013년부터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시원한 바람과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 곡교천의 아름다운 수변 조망과 함께 가을 낭만을 즐기기에 ‘아산맞춤’이다.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엄마들, 커플티를 입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 은행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 가족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길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가을의 여유를 느끼는 이들도 많다. 아직 은행잎이 완전히 노랗게 물들지 않았지만 곧 온통 ‘노란 세상’으로 변한다.


은행나무길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곡교천 자전거도로를 따라 일대를 돌아보며 가을풍경을 느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생활용MTB, 여성용, 아동용, 커플자전거 등 총 200여대의 자전거가 배치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노란 은행나무길 터널의 끝자락에서 만난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곳. 들어가는 길목부터 시작된 단풍이 옛집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절경을 펼쳐놓고 현충사 내부도 단풍으로 물들어 가을정취를 한껏 풍긴다. 정상에서 아산시내를 내려다보면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판 등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입구 기념관에는 난중일기를 비롯해 197.5㎝나 되는 장검 등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던 유물들이 기다린다.


곡교천 둔치에는 천변 옆길을 따라 ‘코스모스의 바다’가 길게 펼쳐져 있다. 화려한 빛깔로 매력을 뽐내는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는 여심을 자극한다. 연인, 부부, 가족끼리 분홍빛 코스모스 사잇길을 오가며 저마다 다양한 포즈로 가을과 함께 찰나의 순간을 추억한다. 자전거길을 달리는 ‘두바퀴족’들도 잠시 멈추고 가을의 향취에 젖는다.


코스모스가 끝나는 길에선 국화꽃전시회가 진행돼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샛노랗게 꽃을 피운 국화가 한가득 핀 모습이 황홀하다. 국화는 1년에 한 번 활짝 피는 꽃으로 이 시기를 놓치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다양한 국화꽃도 보고 그 향기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정겨움이 묻어나는 외암민속마을


다음으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을 찾아보자. 병풍처럼 둘러선 설화산 자락 아래 배산임수 지형의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500년 전통이 살아 있는 마을이다. 2001년 중요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됐다.


황금빛 들판을 지키는 허수아비 너머 초가집과 한옥, 돌담길이 옛 정취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소박하고 정겨운 고향의 멋을 느끼게 한다. 특히 ‘참판댁’은 구한말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은 집이라고 전해지며, 이간이 살았다는 ‘건재고택’의 안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야인시대, 취화선, 태극기 휘날리며 등 오래전부터 사극이나 영화 촬영 장소로 주목받았다.


마을 초입에선 물레방아와 투박한 장승들이 반긴다. 푸른 나무 아래 걸린 그네를 타는 방문자들의 모습이 포근함을 더한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가옥들이 많아 대문은 대부분 닫혀 있다. 몇동 몇호라는 숫자 대신 집마다 ‘∼댁’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담쟁이 넝쿨 덮인 돌담 너머로 마당에 고추를 말리는 모습이 보이고 지붕을 이는 풍경도 펼쳐진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풍경이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



‘이국적인 풍경’ 지중해마을


조금 이국적인 풍경을 눈에 담고 싶다면 탕정면에 지중해마을이 있다. 마을 전체가 유럽풍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뤄 함께 만들었다. 맞은편만 해도 높은 고층빌딩이 즐비해 있는데 길 하나를 건너면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져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연인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산토리니, 프로방스, 파르테논 세 가지 양식으로 마을 전체가 꾸며져 있다. 산토리니는 흰 벽에 하늘색 지붕을 올린 모습이어서 가장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실제 지중해마을처럼 바다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파스텔 색조의 프로방스 구역, 그리스 신전 같은 파르테논 구역도 눈길이 간다. 건물 외관은 이국적인 데 반해 여기 건물들에는 특색 있는 카페와 이색적인 맛집들이 즐비하다. 곳곳에 숨은 포토존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행메모]

서울역에서 지하철 타면 2시간 소요

옛 도고온천역에선 레일바이크 운행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 동탄분기점에서 봉담동탄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서오산분기점에서 다시 평택화성고속도로로 옮겨탄다. 오성나들목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이용, 안중사거리에서 좌회전해 39번 국도를 타고 아산방조제를 건너 계속 가다 옥정사거리에서 좌회전에 이어 충무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뒤 송곡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곡교천 은행나무길이다.

서울역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다. 서울역에서 아산역까지 환승하지 않고 바로 갈 수 있다. 아산에는 온양온천역(1호선), 천안아산역(KTX) 등이 있어 편리하다.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출발한다면 1시간 남짓 걸리고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장항선 기차가 다니던 옛 도고온천역에 아산레일바이크가 달린다. 도고온천역에서 출발해 왕복 5.2㎞를 운행하는데 40여분이 걸린다.

아산은 과거 휴양도시였던 온양의 명성에 걸맞은 식문화를 자랑한다. 정갈한 한정식집도 많다. 아산시청 옆 소나무집이 대표적이다. 맑은 쌀과 찌개, 김치, 전과 나물 등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로 맛난 찬을 한가득 내준다.


아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