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동면 베어트리파크 단풍낙엽 산책길

입력 2016-10-26 17:35
세종시 전동면 소재 베어트리파크가 일년에 한번 가을에만 단풍낙엽산책길을 개방하고 있다. 새 모양으로 다듬은 향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년 중 가을에만 열리는 ‘비밀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세종시 전동면 소재 베어트리파크는 일년에 한번 가을에만 개방하는 단풍낙엽산책길을 지난 15일 개방했다. 베어트리파크는 33만여㎡ 대지에 1000여종, 40만여점의 꽃과 나무들이 한 폭의 그림 같이 조성된 충청지역의 대표적인 명품 테마공원이다. 설립자인 이재연 회장이 젊은 시절부터 가꾼 비밀의 정원을 2009년 전격 개방하면서 일반에 알려진 곳으로, ‘동물이 있는 수목원’이다. 곳곳이 사람의 손으로 잘 가꿔진 정원이지만 단풍낙엽산책길은 자연 그대로의 단풍길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관람로다. 하이힐 신고도 단풍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베어트리파크 남쪽 전망대 인근에 자리잡은 산책길은 둥글게 이어져 한 바퀴 돌 수 있게 돼 있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가 줄지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길옆에는 ‘당신과 함께 걷는 잊지 못할 오늘’ 등 감성적인 문구가 쓰인 포토존, 대형액자 포토존 등이 추억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에게 재미를 더한다. 평탄한 길이 끝나고 오르막길에 오르면 굵직한 느티나무가 기다린다. 이 길은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산허리를 따라 조성된 흙길에 낙엽이 쌓여 낭만을 더해준다. 길 주변의 울긋불긋 단풍은 가을이 무르익어감을 알려주고 있다. 출발지까지 돌아오는 20여분 걸렸다. 다음달 13일까지 둘러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는 푸른 하늘 아래 사시사철 푸른빛을 내뿜으며 입체적인 조형미를 자랑하는 향나무와 소나무 등과 함께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파크를 알록달록 수놓고 있다. 나무 하나, 돌 하나에 직원들의 정성과 세심한 관리가 배어 있다. 그 사이를 서로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림은 가을 풍경을 더욱 아름답고 포근하게 해준다.

이 회장의 수목원은 이곳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960년대에 상속받은 경기도 의왕시의 땅에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나무를 심고 가꾸며 자신의 호를 딴 ‘송파수목원’이라는 이름을 지어 돌본 적이 있었다. 이후 이 회장은 소유하고 있던 사슴 스무 마리를 팔아 1974년 현재 부지 16만여㎡를 구입했다. 1989년 송파수목원 일대가 개발되면서 그동안 심었던 모든 수목을 이곳으로 옮겨 심은 뒤 2009년까지 부지를 확장하고 수목과 꽃, 반달곰, 불곰, 꽃사슴, 비단잉어 등을 키우는 생명의 정원으로 일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분수대를 지나면 160여 마리의 반달곰이 재롱을 부리는 반달곰 동산과 공작, 꽃사슴을 만날 수 있는 애완동물원이 있다. 이곳에서 인기가 있는 곳은 반달곰동산이다. 일부 곰들은 뒤엉켜 낮잠을 자고 있다. 먹이를 던지자 덩치가 산만 한 곰들이 손을 흔들고 아양을 떤다. 구경 온 아이들은 그 모습에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정문 인근 향나무정원은 100년 넘은 향나무가 특유의 목향에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다. 그 사이를 걸으면 비밀스러운 즐거움이 몸으로 마음으로 스며든다. 향나무정원 뒤로는 분재원, 만경비원, 아이리스원, 열대식물원 등 겨울 속 초록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분재원은 100년 넘은 분재들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만경비원은 베어트리파크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 가운데 한 곳이다. 온실의 절반 정도가 지하 4m 깊이에 조성된 움집 같은 구조로 돼 있다. 호접란, 열대우림숲, 고무나무 분재 동산, 허브 동산, 선인장, 괴목, 분재, 나무 화석, 나무뿌리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 절경을 풀어놓는다. 말 그대로 일만 가지 비경 속을 걷는 느낌이다.

오색연못에는 600여 마리의 비단잉어가 화려한 색채를 수를 놓고 있다. 잉어들의 힘찬 몸짓을 보며 재물운과 생명력의 기운도 만끽할 수 있다. 자혜원에는 600여년을 살아온 이팝나무가 있는데 국내 보호수로 지정된 이팝나무들보다 훨씬 수형이 좋다고 한다.

김응상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다음달 6일까지 진행 중인 가을 여행주간에 베어트리파크·대통령기록관 등을 방문하는 상품이 마련돼 있다”며 “가을 여행주간 동안 많은 사람이 세종시의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