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대국민 사과문과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국민 앞에 사과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지난해 8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한 지 1년2개월 만에 다시 머리를 숙인 것이다.
신 회장은 외형 확대에 주력해온 기존 목표를 수정해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도덕성과 투명성 강화, 신규 투자·고용 확대,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선다는 경영쇄신안도 내놓았다.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온 그룹 정책본부 조직과 역할을 줄이고 신 회장 직속으로 준법경영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또 5년 동안 40조원을 투자해 7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3년 동안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빠른 시일 안에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호텔롯데 상장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신 회장이 쇄신안을 추진하면서 반드시 유념할 것이 있다. 외부 전문가가 준법경영위에 참여하더라도 그룹의 준법 여부는 신 회장 의지에 달렸음을 명심해야 한다. 신 회장의 처신에 따라 준법경영위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고용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재벌은 최고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사법처리를 앞두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안을 내놓곤 했다. 국민은 재벌이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려고 마지못해 이런저런 카드를 꺼낸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런 국민의 인식은 재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신 회장의 사과문과 경영쇄신안에 대해서도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 있다. 롯데그룹 임직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신 회장이 이날 강조한 것처럼 국민과 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 5명을 포함해 검찰이 기소한 임직원 24명은 성실한 자세로 재판에 임하기 바란다.
[사설] 신동빈 회장, 롯데 환골탈태 약속 행동으로 보여라
입력 2016-10-25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