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교회’를 세워라] “친구들 훼방도 오히려 반가워요”

입력 2016-10-25 21:03
경기도 평택 한광고 아이들이 지난 18일 교실에서 기도모임을 갖는 모습.
학생들의 기도제목이 적힌 쪽지.
“하나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기도모임을 세울 수 있게 해주세요.”

중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 최호재(17)군은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응답이 이뤄지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평택 한광고엔 호재군이 입학하자마자 기도모임이 세워집니다. ‘스쿨처치’를 응원하는 국민일보가 오늘은 한광고 기도모임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호재군은 2015년 3월 한광고에 입학합니다. 이 학교는 미션스쿨이라 예전부터 ‘코람데오’라는 찬양동아리가 있었는데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코람데오 출신의 한 전도사님이 찾아와 동아리 아이들에게 기도모임을 제안했답니다. 한광고 기도모임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입학 전부터 고등학교에 기도모임이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호재군은 순식간에 기도가 응답되는 걸 지켜보며 깜짝 놀랐답니다. “제가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기도를 하니까 하나님이 준비해주시는 느낌이었어요.”

아이들은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교실에 모여 기도를 합니다. 기도모임을 하는 날은 층층마다 있는 게시판에 장소와 시간을 공지해 아이들의 참여를 독려합니다. 기도모임에 나온 학생들은 함께 찬양을 부르고 기도제목을 나눈 뒤 함께 기도합니다. 15명 정도 모인다고 합니다.

가끔 하나님을 모르는 아이들이 교실 문을 쾅쾅 두드리면서 방해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런 친구들의 행동에 상처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도모임이 있다는 걸 알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니 무관심한 것보단 반가운 일이라고 합니다.

기도회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은 김밥, 떡볶이, 음료수 같은 걸 사와서 같이 먹습니다. 늘 김밥이 여러 줄 남았었는데 하루는 김밥이 모자랐던 적이 있었답니다. 호재군은 기도모임을 하면서 그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아이들이 많이 모여 교실을 꽉 채웠던 날이었어요. 많은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한다는 게 저에겐 큰 은혜가 됐어요.”

호재군은 예수님을 믿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도 크리스천의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답니다.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학교에서 욕하거나 마음대로 생활하는 걸 보면 속상해요. 저를 비롯해서 크리스천들이 생활 속에서 조금 더 하나님을 잘 나타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용상 기자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