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비혼인 것을 까닭 없이 늘 당당하게 여기던 50대의 그녀가 느닷없이 결혼을 했다. 주위 사람에게 특종 이슈가 된 그녀의 결혼소식은 반가움보다 날벼락 맞은 듯한 놀라움이 먼저였고,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이야기를 듣는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주변에 많은 비혼의 독신여성 중에서도 쌩쌩하게 활동하며 싱글력이 넘쳐나던 그녀의 마음을 누가 돌변하게 한 것일까. 힘든 일 혼자 감내해야 할 때 더 많이 외롭지만, 감정 소모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소신대로 살 수 있는 독신이 더 행복하다며 반평생을 그렇게 산 그녀는 홀연히 신부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인생의 오후 시간인 50대 나이가 주는 팍팍함 때문에 결혼을 질러버린 것일까. 간신히 전셋집을 구했다고 할 정도로 금전적으로 넉넉지 않은 그들의 결혼식 또한 주례 없이 신랑 친구의 사회로 작은 공간에서 아주 조촐하고 소박하게 진행되었다. 늘 씩씩했던 그녀는 중년 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소곳한 신부가 되어 나타났다. 주름이 살짝 드리운 얼굴은 20대 신부처럼 그렇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가장 귀하고 특별한 선물을 손에 쥔 아이처럼 행복에 넘친 표정은 마치 ‘사랑밖엔 난 몰라’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어, 저런 여자 아니었잖아….’ 배신감을 불러올 만큼 변해 있었지만 참 좋아 보였다.
괜찮은 남자들은 남들이 다 훔쳐갔고,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며 자신만의 길을 걷다가 계획에 없던 한 사람을 만나 미래를 공유하기 위하여 미련 없이 독신을 청산한 것이다. 나이. 그 까짓 것, 결혼에 늦은 나이는 정말 없는 것인가 보다. 연하인 남자의 프러포즈는 ‘우리도 부부싸움 좀 하며 살아볼까요?’였다고 한다. 혼자의 삶을 내려놓고 시간과 마음을 나눌 영적 동반자와 더불어 부부싸움도 해가며 행복을 완성해 갈 것이다. 어떤 삶을 택하든 기쁨을 누리며 사람답게 사는 것이 중요할 텐데, 먼 훗날 인생을 되돌아보며 그녀는 자신 인생의 정점을 독신시절로 기억하게 될까, 혼인시절로 기억하게 될까.
글=김세원 (에세이스트),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싱글력’ 넘치던 그녀의 결혼
입력 2016-10-25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