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교회-서울 대림교회] “뭣이 즐겁기에, 우리 할머니 교회만 가면 웃으실까”

입력 2016-10-25 20:57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대림교회에서 지난 18일 열린 ‘소망대학’ 참가자들이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지난 여름 교회의 농촌 사역에 참여한 미용선교위원회 성도들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미용 봉사를 하고 있는 장면. 대림교회 전경. 사진팀 성도들이 지난해 겨울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영정 사진을 찍고 있다(위쪽부터). 대림교회 제공
임준택 서울 대림교회 목사
“숨 쉴 수 있어서 바라볼 수 있어서 만질 수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말할 수도 있어서 들을 수도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대림교회(임준택 목사)에서 열린 ‘소망대학’ 현장.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80여명이 박수를 치고 환하게 웃으며 가수 추가열의 노래 ‘행복해요’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로 어깨를 들썩이던 이들은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친구야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며 하트 모양을 그렸다.

20분의 율동 시간이 끝난 뒤 ‘은빛 청춘을 멋있게’라는 제목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이어진 레크리에이션 시간.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서다. 외부 강사가 “어르신들 10년 젊어드리게 해드릴게요”라고 말문을 연 뒤 30분 이상 게임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박수치기 게임 등을 하다 실수를 연발했지만 개의치 않고 ‘하하하’ 웃었다.

소망대학 시간이 끝나자 어르신들은 교회 식당으로 이동해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교회 여선교회 회원들이 오전부터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했다. 20년 이상 매주 화요일 대림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교회가 지역 어르신을 섬기기 위해 개설한 소망대학은 다른 지역 어르신들도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참석자들의 평균 나이는 80대 초반. 매주 80여명이 참석하는데 이중 10% 가량이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소망대학은 평소 4개 반으로 나눠져 각반 교사들과 어르신들이 대화를 나누는 조별 모임을 진행하고 ‘취미교실’ ‘특강’ ‘소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대림동에 사는 윤과희(82·여)씨는 “소망대학에 5년 넘게 다니고 있는데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제일 재밌다”며 “교회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영락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윤석진(78·여)씨는 “친구를 사귀려고 소망대학에 나온다. 여기서 즐기다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고 했다.

봉사자도 이 사역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소망대학에서 20년 이상 봉사한 교무주임 이병희(67) 권사는 “오랫동안 어르신들을 봬서 정이 많이 들었고 가족처럼 느껴진다”며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회는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 사회를 섬기기 위해 2011년 ‘지역사회협력위원회’를 구성해 각 부서의 봉사사역을 체계화 시켰다. 지역사회협력위원회에 소속된 미용선교위원회의 사역은 매주 화요일 진행된다. 1999년 창립된 미용선교위원회 봉사자들은 교회를 비롯해 요양병원, 복지원, 동사무소 등 지역 단체의 초청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사랑의 손길로 미용 사역을 한다.

초창기부터 활동한 허향구(57) 미용선교위원장은 “환우들의 머리를 만질 때 가장 뭉클한데 힘든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활력소가 되도록 해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지역사회협력위원회 사진팀은 어르신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영정사진을 찍는 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미용선교위원회도 이 사역에 동참해 교회 미용실에서 어르신의 화장 및 머리손질을 담당한다. 사진팀은 촬영뿐 아니라 사진을 인화해 고급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매년 여름 강원도 등 농촌 사역을 나갈 땐 다른 팀과 협력해 농어촌 어르신들을 섬긴다.

사진팀에서 활동한 지역사회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지호(64) 장로는 “어르신들을 정성으로 섬기느라 하루 25명 이상을 찍지 못한다”며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자들이 더 큰 보람과 은혜, 감동을 받는다”고 밝혔다.

교회는 2012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지역 어르신에게 삼계탕과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성도뿐 아니라 임준택 목사도 이날 봉사자로 나서 함께 음식을 나르며 현장에서 주민과 호흡한다. 매년 겨울엔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내의 등 생필품도 전달한다.

오랫동안 묵묵히 봉사를 해온 교회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 장로는 “목사님은 우리 지역에서 인기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는 “교회에 다니지 않은 주민들은 자녀들에게만큼은 대림교회에 다니라고 추천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임 목사는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로 주민들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교회에 오실 수 있도록 지역과 더욱 협력할 것”이라며 “교회 성도들이 이런 목회 방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30년 넘게 대림교회 사역 임준택 목사

“어려운 이웃들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어 17개 강좌 문화센터 교인보다 주민들에 우선권”

“목사님, 이웃 교회 문화센터엔 좋은 프로그램이 많던데 대림교회에서도 문화센터를 만들면 안될까요?”

임준택(67) 서울 대림교회 목사는 10여년 전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한 지역 주민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교회 문턱을 낮추는 사역에 관심이 많았던 임 목사는 2007년 교회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 ‘대림문화센터’를 만들었다.

생활요리 꽃꽂이 풍선아트 예능강좌 등 17개의 문화센터 강좌엔 150명이 등록해 참여할 수 있다. 성도와 지역 주민 가운데 전문가들이 강사로 자원해 봉사한다. 강좌들마다 정원이 20명 미만인데 교인보다 주민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교회에선 대림문화센터 운영뿐 아니라 ‘심장병어린이 돕기 찬양예배’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송년음악회’ 등 지역을 섬기는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1986년 대림교회 제3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임 목사는 30년 넘게 이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지역 내 어려운 주민들을 많이 목격했다. 임 목사는 “신길동 등 교회 주변 일대를 심방하면서 성도뿐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 처한 주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며 “이들을 볼 때마다 교회가 많은 걸 못하더라도 이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돼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회가 지역 속으로 파고드는 사역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데는 임 목사가 젊은 시절 김포 서광교회에서 사역하던 영향이 컸다. 임 목사는 유교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지역에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모내기에 동참했고 노인대학을 운영해 지역 어르신들과 접촉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사역으로 불과 1년 만에 100여명을 전도하는 등 교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었고 지역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임 목사는 “지역사회와 연합해 영적·정신적·물질적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섬기는 사역을 계속할 것”이라며 “주민과 가까워지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