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이나미] 당신의 권력 콤플렉스 안녕하신가

입력 2016-10-25 18:45

칼 융은 인간의 정신에는 여러 가지 콤플렉스가 있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모성 콤플렉스는 어머니로 치환될 수 있는 대상들인 여성, 자연 등과 관계를 맺을 때 영향을 끼친다. 어머니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한 이들은 대체로 모성 콤플렉스도 건강하다. 부성 콤플렉스는 아버지 상징과 대체하는 다른 남성, 조직, 사회 등과 관계를 맺을 때 활성화된다. 부성 콤플렉스가 병적이면 대체로 사회에서 적응이 힘들다. 특히 아들러가 주목했던 권력 콤플렉스는 융 심리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권력 콤플렉스에 사로잡히면 아름답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지 못하고 힘의 역학으로만 사람을 대한다. 갑질에 열중하는 이들, 남보다 우위에 있고 다수로부터 인정받아야 안심하는 이들, 지고는 못 산다는 이들은 대부분 미숙한 권력 콤플렉스의 노예들이다. 히틀러처럼 성장하는 과정 중 열등감에 사로잡힐 일이 많았다든가, 네로처럼 지나친 과대망상 속에 독재자로 성장하는 경우가 병적인 권력 콤플렉스의 토양이다.

권력 콤플렉스는 정치인뿐 아니라 평범한 이들에게도 병적으로 작용한다. 동창회장, 협회장 등 단체에서 감투를 앞에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경우다. 구성원이 모두 권력 콤플렉스에 사로잡히면 결국 단체는 파괴되고 만다. 병적 권력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 국가의 최고수반이 되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요즘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권력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괴상한 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품격 떨어지는 인물들이 귀와 눈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 충동조절 장애, 허언 증후군, 반사회성 인격 장애 등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인가 하면, 파리처럼 사람을 죽이는 조폭 같은 두테르테가 필리핀의 대통령이란다. 프랑스나 독일의 극우정당 사람들은 또 어떤가. 북한의 막말이 더 이상 부끄럽지가 않다.

정치인들의 문란한 사생활이나 낮은 도덕 수준도 병적 권력 콤플렉스와 관련이 있다. 정상적인 훈육을 받은 적이 없는 미숙한 사람들이 능력 이상으로 권력을 지니게 되면, 자아 팽창 (Ego Inflation)이 되어 반성도 않는다. 어려서부터 주변의 아부만 듣고 성장한 이들은 자기 절제를 배우지 못해 양심도 자라지 못한다. “내 자식은 최고로 키운다” “내 자식은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와 같은 모토로 괴물을 키운 결과다. 극단적인 방치와 무관심 속에 성장하다가 힘을 갖게 되어도 권력 콤플렉스에 빠져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반성할 줄 모른다. 공감능력이 없는 탓이다. 맹자는 사양하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 약한 이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고 말했다. 이기심, 자기집착, 경쟁심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홉스마저도 베풀 때 느끼는 기쁨이 있다며 국가와 계약과 법을 잘 지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사회를 더 이롭게 하는 것이라 했다.

이렇게 권력 콤플렉스를 다스리는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처방은 차고 넘치는데, 나라 안팎의 권력자들에게 다시 묻고 싶은 심정이다. 당신들의 병든 권력 콤플렉스를 치료해야겠다고 한 번이라도 상상이라도 해 본 적이 있으신지. 권력자가 끝내 외면하는 마음의 병증은 다른 구성원 모두를 힘들게 해서 결국 집단 전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 어떤 콤플렉스든, 자기의 약점과 허점을 직면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풀린다. 약점이 있었지만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의 끝은 달랐다. 닉슨은 자기 합리화와 덮기에만 급급해 부끄럽게 쫓겨났다면 클린턴은 솔직하게 인정해서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 잘못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사죄를 한 후 파괴된 자신과 외부의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권력 콤플렉스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최선의 해법이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