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군단, 벼랑끝 기사회생

입력 2016-10-25 01:23
LG 트윈스의 양석환(가운데)이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11회말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이끈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LG는 2연패 뒤 1승으로 포스트시즌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뉴시스
LG 트윈스가 반격했다. 한 번의 패배로 가을야구를 마감할 수 있는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만루기회 6차례에서 1차례만 득점한 진땀 승이었다.

LG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홈경기에서 NC 다이노스를 2대 1로 물리쳤다. 연장 11회말 1사 2, 3루에서 대타 양석환의 끝내기 내야안타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1승2패. 5전 3선승제인 플레이오프에서 초반 2연패를 당하고 뒤늦게 1승을 올렸다.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를 당한 뒤 3연승을 거둔 리버스스윕은 지금까지 두 차례였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가 쌍방울 레이더스, 2009년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3차전부터 전승으로 승부를 뒤집고 한국시리즈로 진출했다. LG는 15.4%(13분의 2)의 낮은 확률에 도전한다.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했던 NC는 사상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매직넘버를 1개로 유지했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4차전, 또는 27일 마산구장 5차전 중 한 번만 승리하면 한국시리즈로 진출한다. 여전히 유리한 쪽은 NC다.

사사구부터 잔루까지 포스트시즌 신기록을 달성한 졸전에서 마지막에 웃은 쪽은 LG였다. 선취점도 LG의 몫이었다. 1회말 NC 선발투수 장현식이 흔들린 틈을 타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문선재와 이천웅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박용택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주자 2명이 모두 진루했다. 루이스 히메네스가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오지환이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채은성은 볼넷을 골라 3루 주자 문선재를 홈으로 불렀다. LG의 밀어내기 선취점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장현식의 피칭은 6구째에서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갈 정도로 불안했다. 1이닝 동안 31개의 공을 던지면서 피안타 없이 볼넷만 5개를 허용해 1실점하고 2회초 강판됐다.

LG는 그러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쳤다. 결국 1-0으로 앞선 6회초 NC에 동점을 허용했다. 2사에서 박석민 손시헌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선발투수 류제국은 정찬헌으로 교체됐다. NC는 여기서 김태군이 정찬헌의 초구를 중견수 앞으로 떨어뜨린 적시타로 연결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NC는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16명을 1루로 보냈다. 볼넷 12개는 포스트시즌 한 경기 신기록이다. 종전기록은 10개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 1992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해태 타이거즈, 2001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 2008년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이 모두 볼넷 10개를 허용했다. LG 역시 사사구 9개로 NC만큼 실투가 많았다. 사사구는 두 팀 합계 25개였다.

잔루 역시 신기록이다. NC가 9회초 2사 1, 2루에서 나성범의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났을 때 두 팀 합계 잔루는 28개였다. 종전기록은 27개다. 두 팀의 잔루는 연장에서 30개를 넘겼다. 사사구부터 잔루까지 불명예 기록이 하루 만에 쏟아졌다.

LG는 정규 이닝에서 6차례나 만루기회를 만들었지만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8회말 찾아온 두 차례 만루기회도 무득점으로 끝났다. 1회말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뽑은 1점이 만루에서 기록한 유일한 득점이었다.

승부는 연장 11회말에 갈렸다. 히메네스의 볼넷, 오지환의 1루타에 이어 채은성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LG는 황목치승을 빼고 대타 양석환을 투입했다. 양석환은 NC의 6번째 투수 김진성의 2구를 때려 3루 주자 히메네스를 홈으로 불렀다. LG의 결승타. 김진성은 ⅓이닝을 던지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9회초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등판해 2⅓이닝을 던진 LG의 6번째 투수 임정우는 승리투수가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