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新트렌드] 앱 하나로 계좌 개설… 주식 거래 손 안에

입력 2016-10-25 00:04

3년차 미혼 직장인 김모(30)씨는 한 달 전 주식투자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은행 적금만 부어 왔지만, 이자가 너무 적어 결혼 때 필요한 전세비용조차 모으지 못할 것 같아 조급해졌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증권사 홈페이지를 뒤적이던 김씨는 매매 중개 수수료가 없다는 팝업창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직원 대면 없이 주식거래계좌를 개설하면 향후 5년 동안 유관기관제비용을 뺀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모바일을 통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뒤 투자를 시작한 김씨는 요즘 종일 스마트폰 액정만 바라보며 산다.

개인투자자들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이 김씨처럼 모바일로 주식거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기기를 통한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계좌는 월평균 주식거래활동계좌 기준 48.5%에 이르렀다. 온라인상 투자에서 여태껏 주된 수단으로 쓰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35.6%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거래대금으로 따져도 모바일을 통한 주식거래금액이 전체의 약 33%에 달한다. 가히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를 만한 변화다.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 증권사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NH투자증권은 7월 내놓은 모바일증권 서비스 ‘나무(NAMUH)’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명의 앱 안에서 영상통화로 실명 확인을 완료하고 즉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스마트뱅킹 등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이 보다 쉽게 주식거래에 입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 윤용암 사장 직속으로 스마트사업부를 편제하고 ‘엠팝(mPoP)’이라는 앱을 내놨다. 투자성향을 분석해 추천 포트폴리오를 구성, 이를 매수한 뒤 자산배분을 하는 ‘스마트 어드바이저’ 기능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내놓은 ‘연금관리앱’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통합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다. 연금 가입부터 매매, 한도관리 등 폭넓은 연금 서비스와 은퇴 준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연금 계산기를 제공한다. 보안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미래에셋대우의 ‘스마트네오(SmartNeo)’는 홈 화면을 관심종목, 자산현황 등 11개의 카드를 사용해 사용자가 직접 구성하도록 했다.

하나금융투자에서 내놓은 스마트폰 앱은 ‘캔들맨’이다. 사용자끼리 종목 정보와 매매신호를 공유하면서 실시간 시장 대응과 함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직접 전문가와 연결해 투자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내놓은 ‘신한 i모바일’은 이용자 편의를 고려한 서비스가 특징이다. 접속시간대에 따라 맞춤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과 더불어 관심종목, 주문, 잔고 등 자주 쓰는 화면을 개인화 영역에 따로 배치했다. 이외에도 복수 증권사와 제휴해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업체도 등장하는 등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모바일에서 주로 사용하는 SNS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도 한창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각 증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고객들 입맛에 맞추기 위해 투자정보를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 제공한다. 해외증시 상황을 일기예보처럼 이미지로 만들어 내놓거나 주간증시 상황을 간략하게 내놓는다. 신규 상품 주요 정보를 모바일에서 보기 좋게 편집해 보여주는 건 기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온라인상의 취업 관련 웹사이트에는 대형 증권사에서 모바일 서비스 기획 전문가나 모바일 마케팅 경력자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나붙기도 했다. 당시 광고를 게재한 C중개업체는 “과장급 위치로 개발자 20여명과 함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증권사에서 모바일 분야에 얼마나 사활을 거는지 알 수 있다.

이 증권사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는 제살깎기식 수수료 경쟁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모바일에서 실시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무료수수료 이벤트는 지난 7월 기준으로 모바일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전체 이벤트의 63%에 달한다. 모바일 주식투자자들에겐 그만큼 이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개료가 예전에 비해 너무 낮은 수준이라 어차피 모바일에서 나는 수익은 거의 없다”면서 “공짜 서비스가 너무 많아 경쟁이 심하다”고 걱정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