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방송’ 영토 경쟁 후끈 … 전쟁까지 생중계

입력 2016-10-25 17:14

전통적인 동영상 시청 플랫폼 ‘유튜브’를 위협하는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유튜브 독주 체제가 허물어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 플랫폼은 간편하게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TV 프로그램과 연계하거나 스타 마케팅을 통해 더 다양한 동영상을 선보인다. ‘라이브’ 이용자를 선점하기 위한 IT 업계의 각축전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 업체 DMC미디어가 지난 3월 전국 인터넷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온라인 동영상 시청은 다운로드보다는 스트리밍으로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PC에서는 스트리밍 비중이 60.6%, 다운로드 비중은 39.4%였다. 모바일에서는 스트리밍이 84.3%로, 다운로드(15.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변화에는 모바일 기기가 일상화되고 인터넷 속도도 빨라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댓글이나 ‘좋아요’ 표시를 통해 동영상 제공자와 즉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의 장점이다. 실제로 시청자의 댓글을 방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TV프로그램인 ‘마이리틀텔레비전’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댓글이 또 하나의 콘텐츠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TV에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은 평균 150만명이 시청한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해외 축구 리그, 선거 방송 등을 생중계하며 입지를 굳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기별로 이용자의 관심이 많은 콘텐츠는 실시간 시청자가 급증하기도 한다”며 “2007년에는 다음 tv팟에서 스타리그 등 게임 관련 라이브 서비스를 하는 등 꾸준히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채팅방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네이버는 브이 라이브(V LIVE)의 콘텐츠를 K팝에 이어 패션, 뮤지컬, 드라마, 장르 음악 등 다양한 주제로 확대했다. 브이 라이브는 패션, 드라마, 뮤지컬을 비롯해 EDM, 클래식 등 음악 장르의 대표 채널을 개설하고 각 분야에서 스타와 팬의 소통을 도우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브이 뮤지컬(V.Musical)에서는 뮤지컬 쇼케이스 생중계를, 브이 패션(V.Fashion) 채널에서는 ‘2017 S/S 헤라서울패션위크’의 디자이너 런웨이를 생중계했다.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영상통화를 하듯 편안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눕방’, 크로마키 기술을 세로형 라이브에 결합해 손 안의 무대를 선보이는 ‘VJ 라이브’, 혼자 밥을 먹는 스타와 함께 마주보고 소통하는 형식의 ‘같이 먹어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트위터는 생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페리스코프’를 통해 1∼3차 미국 대선 TV토론회를 생중계 했다. 트위터 생중계로 1차 토론회를 본 시청자는 250만명 이었고, 2차 토론회 시청자 수는 이보다 30% 가량 증가해 32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70%는 35세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인 젊은 유권자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활발하게 페리스코프를 이용했다. 지난 21일에는 방한한 페리스코프 CEO 케이본 베익포어가 박 시장과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케이본 베익포어는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일어난 시위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기에 다른 시민들의 눈을 빌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쓰거나 사진을 찍는 것보다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에 영상이 가장 효율적이다. 또한 더 빠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라이브에서는 전쟁도 생중계 되고 있다.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이라크 공영방송 등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알자지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생중계 영상은 9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만 생중계로 인해 전쟁이 단순한 즐길거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