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전격 제안한 개헌(改憲)의 방향은 1987년 개헌 이후 30년간 지속돼온 현행 헌법상 권력구조를 재편하자는 게 핵심 골자다. 5년 단임제인 대통령제가 그동안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고 인구지형 및 다양성 등 현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만큼 권력구조 역시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개헌 추진은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가 개헌안 통과 시한을 잠정적으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즈음으로 잡은 것은 이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를 일단 일차적인 목표로 잡되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된다면 내년 4월까지 ‘개헌안 통과 및 개헌 국민투표 실시’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으로 보인다. 여당 내에서도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4월이 최적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구체적인 안이 만들어져서 상반기 중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 이슈에 정치·사회 구성원이 논쟁에 뛰어들고 이해득실을 따지게 되면 단시일 내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국회에서의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개헌 제안권을 가진 대통령이 직접 정부안을 제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속도가 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주도적인 개헌에 나선다는 얘기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 제안권자로서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의지를 밝혀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기 전 개헌 완료가 목표지만 최악의 경우 내년 12월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마지노선은 대선과 개헌 투표를 함께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헌법 개정을 권력구조에 한정할 것인지, 또는 국민 기본권, 영토, 정부 적통성 등 포괄적으로 논의할지는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절차까지 이뤄진다면 비생산적인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 수석은 “여야 모든 정치세력, 개헌을 요구하는 모든 분의 의견이 모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면서도 “개헌을 대통령 임기 내 추진하려면 어느 정도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한다면 대통령 권력구조에 한정하는 개헌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 추진과 결실이 어렵다”며 “저도 3년8개월여 동안 이런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안보·경제 상황과 민생현안 과제 집중을 위해 개헌 논의를 미뤄왔다”고 했다.
시정연설에서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 ‘국민의 기본권 강화’ 등 개헌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만큼 4년 중임제의 효용성을 평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 논의 중인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도 박 대통령 구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는 권력구조 논의는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대통령이 어떤 정치체제를 생각한다고 해서 무조건 관철될 수 없는 게 현재 구조”라며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우리나라가 어떤 권력구조로 나갈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회가 많은 토론과 논의 끝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당장 4년 중임제나 내각책임제, 분권형 대통령제를 상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개헌 주도하겠다”… 朴 대통령 ‘속도전’
입력 2016-10-25 00:05 수정 2016-10-25 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