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개헌 제안하기까지 무슨 일이… 여소야대 후 의중 변화, 추석 연휴 “준비” 지시

입력 2016-10-25 00:05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추석 연휴 끝 무렵 청와대 참모진에게 개헌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거론했으나 19대 국회 내내 ‘개헌 블랙홀론’으로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차단했던 박 대통령이 20대 국회 출범 이후 ‘더 이상 개헌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쪽으로 기류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청와대 측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추석 연휴 직전 개헌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제출받았고 연휴 기간 이를 검토한 뒤 개헌 준비를 지시했다.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은 2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무수석으로서 개헌에 관한 사안에 대통령이 언제든지 결심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지난 6월쯤부터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국회의원들의 의견 등을 예의주시하며 개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8·15광복절 기념사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공식 제안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개헌 관련) 마지막 보고는 지난 10월 18일 개헌 향후 일정과 그 방향, 시정연설에 포함될 최종 원고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청와대는 극도의 보안 속에서 개헌 논의를 진전시켰다. 지난달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국민 주도의 개헌론’을 제기한 데 이어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후 개헌특위 구성을 야당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을 때 청와대에선 선을 그었다. 김 수석은 “사전에 (개헌 논의를) 노출시킬 수는 없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87년 체제’ 극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개헌 제안을 더 늦추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2년 11월 6일 정치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2014년 1월 취임 첫 기자회견에 이어 그해 10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개헌 블랙홀론’을 피력했다. 지난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선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고도 했다.

여소야대 3당 체제로 20대 국회가 재편되면서 개헌 논의에 대한 박 대통령 의중도 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20대 국회 들어와서 어느 정치세력의 일방적인 (개헌) 추진이 어렵게 됐고 의원 대다수가 개헌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했다. 또 “정세균 국회의장도 가장 강력히 개헌을 추진하는 입장이고 야당 지도자도 개헌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