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마지막 남은 한 발의 총알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1년2개월 앞둔 상황에서 개헌이라는 초대형 지진이 정치권을 덮쳤다. 여야 모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계(視界) 제로’ 상황에 빠졌다. 여야로 갈라진 기존 정치지형도 흔들리고 있다. 개헌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권력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계개편까지 야기할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불허가 된 대선 정국
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추진 발표로 내년 대선 정국은 모든 게 불투명해졌다. 현재의 여야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구도가 ‘개헌파’ 대 ‘비개헌파’로 재편되면서 정치권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이른바 ‘중간지대론’ ‘제3지대론’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반대 의사 표명에 민주당의 개헌 지지파들이 동조할지 여부가 변수다. 야권이 개헌 문제로 분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개헌 문제로 문재인 전 대표가 고립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 문제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5년 단임 대통령을 그대로 뽑을지도 불확실해졌다. 만약 분권형 대통령제로 불리는 ‘대통령 직선 내각제’로 개헌이 되면 국민들은 국방·외교 등 외치(外治)를 담당하는 대통령을 직접 뽑고, 국회의원들이 내치(內治)를 맡는 총리를 선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회 다수당이 정권을 차지하고 그 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순수 내각제로 개헌이 이뤄질 수도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개헌 시기도 변수다. 물리적으로 따져보면 당장 내년 4월에도 개헌이 가능하다. 개헌 찬성파들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진통과 난관 속에 개헌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시간도 촉박하다. 이에 따라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로 대선을 치른 뒤 다음 대통령 임기 초반에 개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권 잠룡들, 개헌 합의할까
개헌의 가장 큰 걸림돌이 차기 대권주자들의 동상이몽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여야 잠룡들의 입장차로 인해 개헌은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꺼내든 개헌 카드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상태다.
당장 개헌에 대한 찬반(贊反)부터 의견이 엇갈린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은 대체적으로 개헌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야권은 다르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선결과제로 내걸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여야 잠룡들이 개헌에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개헌 모델로 지금 제기되는 권력구조 형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대통령 직선 내각제, 순수 내각제다. 권력구조에 대해 여야 잠룡들의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차기 권력구조 형태와 국회 임기를 맞추는 것도 어려운 숙제다.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대통령 직선 내각제 등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형태의 권력구조를 원하는 개헌론자들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시켜 국회의원 선거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정할 경우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같은 해에 치를지, 2년마다 시차를 둬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를 분리해 실시할지도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朴대통령, 마지막 남은 한발의 총알 발사했다”
입력 2016-10-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