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이 추진위 구성… 국회도 특위 만들 듯

입력 2016-10-25 00:04
헌법은 일반 법률에 비해 개정 요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헌법 개정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은 90일이면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밝힌 ‘임기 내 헌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첫 관문인 개정안 마련 작업부터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돼 개헌까지 실제로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개헌 절차에 돌입하는 것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 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정부 내에 헌법 개정 준비 조직을 설치하고 개헌안을 마련하는 등 관련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관계부처인 법무부와 법제처가 실무 작업을 맡고 총리실이 위원회 조직을 구성해 범정부적 조율과 시민사회 의견 수렴 등을 지원하는 형태가 예상된다. 위원회는 국무조정실 주도 하에 법무부와 법제처,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 고위 공무원과 헌법학자를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7년 1월 노무현정부는 노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따라 법무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헌법개정실무추진단’을 구성했고 법제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외 사례 연구에 착수했다. 또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기구인 ‘헌법개정 추진지원단’을 꾸려 행정적·법률적 지원을 맡았다.

국회의 역할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당부해 정부 단독으로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개헌특위 구성은 20대 국회 출범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에서 주장해 오던 사안으로,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계기로 현실화할 전망이다.

국회 개헌특위 주도로 개헌 절차가 진행된 건 현행 헌법이 확정된 1987년 9차 개헌이다. 당시 국회는 정부 개입 없이 ‘여야 8인 정치협상’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해 여야가 공동으로 개헌안을 발의, 의결했다. 이번 개헌은 당시와 달리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지만 여전히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개헌안 의결 요건이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까다로운 데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형국이기 때문이다. 여야와 정부가 제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개헌은 불발로 끝날 게 분명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