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헌정 사상 처음 4년 연속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가졌다. 3당 체제가 시작된 20대 국회 첫 시정연설이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박 대통령 입퇴장 때 모두 기립하며 예를 갖췄지만 박수는 주로 여당 측에서만 나왔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최순실 게이트’ ‘백남기 농민’ 등 내용이 적힌 팻말 시위도 벌였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고, 여야 의원들은 전원 기립했다. 여당 의원들과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입장을 지켜보기만 했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대통령 입장시 기립박수는 함께하기로 한 반면 민주당은 개별 의원 재량에 맡겼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으로 시정연설을 이어나갔다. 여당 의원들은 38분간 모두 23차례 박수를 쳤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개헌 관련 언급을 이어나가자 이전보다 큰 박수소리가 났다. 개헌 관련 발언을 하는 짧은 시간 7번이나 박수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단상에 올렸던 두 손을 다리 옆으로 붙이는 등 자세를 가다듬기도 했다. 개헌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박 대통령의 시선은 주로 야당을 향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박수 대신 ‘피켓’을 들며 항의했다. 노회찬 의원 등 정의당 의원 5명은 박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자 ‘비리게이트 규명’ ‘부검 대신 특검’ 등의 구호가 적힌 작은 팻말을 꺼내들었다.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인 윤종오 김종훈 의원도 ‘나와라 최순실, 백남기 농민 그립다 부검 대신 사과’라고 적힌 팻말을 내걸었다. 민주당 기동민 송영길 문미옥 이재정 의원도 연설 중반부터 ‘그런데 비선실세들은?’ ‘편파기소 야당탄압’이라 적힌 피켓을 들었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오전 9시40분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지도부, 황교안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과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경질과 최씨 의혹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박 대통령에게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의혹만 가지고 어떻게 사람을 자를 수 있느냐. 그럼 누가 열심히 일을 할 수가 있겠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검찰이 수사 중이고, 수사가 미진할 경우 재정신청 등 추가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 문제도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수십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다”며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핵실험 단계를 넘어 핵무기 단계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 능력 구축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화시기를 단축하고 일부 전력은 집중 보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당면한 경제와 안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음 세대 30년 성장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며 “내년 총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도 예산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일자리 예산”이라며 “일자리 예산을 올해 대비 10.7% 늘려서 17조500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웅빈 이종선 기자 imung@kmib.co.kr
與 38분간 박수 23회 野 일부선 ‘팻말’ 항의
입력 2016-10-25 00:04 수정 2016-10-25 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