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정부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을 공식 제안함에 따라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통령 선거와 권력구조 개편 논의 등이 맞물려 정치권 전반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특히 박 대통령은 ‘임기 내 개헌’ 방침을 천명하면서 자신이 직접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구상도 공식화해 향후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차원의 논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내년 상반기, 구체적으로는 4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고 국민투표까지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계속 미뤄진다면 내년 12월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개헌 필요성과 관련해 “임기가 3년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치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다음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 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 구도가 일상이 돼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주기 바란다”며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100년 미래를 이끌어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야권은 개헌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최순실씨 관련 의혹 등을 덮으려는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고 밝혔고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우병우 이슈’에 대한 ‘블랙홀’을 만들려는 정략적 부분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힌 뒤 야권에 국가적 차원에서 개헌 논의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 내에 개헌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문제를 즉각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하윤해 최승욱 기자, 사진=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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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내년 4월까지 개헌 목표”
입력 2016-10-25 00:02 수정 2016-10-25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