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제2 유신헌법”… 김무성 “대통령 주도 환영”

입력 2016-10-25 00:00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서북50플러스 캠퍼스에서 중장년층 정책 간담회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인 개헌 제안에 여야 대선 주자 표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대권 세력 구도를 ‘제로베이스’로 되돌릴 수 있는 제안에 야권 주자들은 정략적 의도를 의심하며 강력 반발했다. 반면 여권 대권 후보 일부는 환영하며 논의에 착수했고, 여야 비주류 ‘개헌 지대’도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개헌 제안은 이렇게 내년 대선 판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與, 환영 속 견해차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정권 출범 이후 제일 기쁜 날”이라며 “미래를 위해 필요한 ‘분권형 개헌’을 대통령이 주도한 데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와 행정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범국민 개헌특별위원회’ 구성과 ‘내년 4월 12일 보궐 선거 때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 대통령 직선 내각제 입장을 밝혔던 김 전 대표는 이날 “제가 추구하는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없애고 협치와 연정을 이뤄낼 수 있는 구조”라며 “제로베이스에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본권을 포함하지 않는 권력구조 개편은 반대했다. 특히 유 의원은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주도해서는 국민이 의도에 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 4월까지 개헌을 시도해보고 결론이 나지 않으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다음 대통령 임기 초에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헌 논의가 특정 시기를 못 박아놓고 꿰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野, 당혹·반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개헌 시도에 대해 강력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거냐. 권력형 비리 게이트와 민생 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악용하는 것은 정략적 방탄 개헌”이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 해소와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최순실·우병우 의혹 등을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편해 다당제 분권 협치가 가능토록 한 다음 개헌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개편 방식에 대해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보다는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다고도 했다. 여당이 개헌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를 채우려면 국민의당(38석)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쓴 ‘참 나쁜 대통령. 국민이 불행하다’는 글에서 “대통령은 최순실·정유라밖에 안 보이고 재집권 생각밖에 없느냐. 파탄난 경제,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챙겨 달라”고 밝혔다. 박 시장 측은 통화에서 “개헌에 대한 구체적 얘기는 다시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지대’ 주도권 잡나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개헌 지대’도 논의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김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미 개헌을 위한 전략적 연대에 들어갔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이들과 ‘따로 또 같이’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 내 개헌 논의가 확산되면 여야를 통틀어 친문(친문재인) 그룹만 ‘외톨이’가 될 개연성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표 최측근인 민주당 최재천 전 의원은 통화에서 “집권여당 주류 진영의 정권 재창출 방향이 정해지면서 차기 정권 향방에 대한 불명확성이 제거됐다”며 “개헌 논의로 지금까지의 대선 구도가 무의미해지고, 범야권 후보가 평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각제는 호남 등 지역 기반을 가진 쪽이, 4년 중임 대통령제는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후보에게 유리하다”며 “필연적으로 선거제도 개편이 논의될 수밖에 없어 (여야 간) 연정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도 트위터에 “올 것이 왔다. 개헌은 시대적 과제”라며 “1인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시대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준구 전웅빈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