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어르신들은 내년에도 냉난방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7년째 아리송한 예산 편성 과정을 거치는 경로당 냉난방 예산은 법률에 지원 근거가 있지만 동시에 지원을 금지하는 규정도 있다. 이 때문에 매번 ‘정치적 해결’에 기댄다. 정부안에서 ‘0원’이었다가 국회 심의 후 수백억원이 책정되는 과정이 되풀이돼 왔다. 예산 편성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 경로당 냉난방 및 양곡비와 관련한 정부안은 전액 삭감됐다. 복지부가 올해와 같은 규모인 301억원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모두 깎았다.
경로당 냉난방 관련 예산은 2005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후 지방비로 처리됐다. 하지만 2008년 추경에서 국고로 지원한 뒤 2010년부터 매년 국고에서 편성돼 지방비와 함께 집행되고 있다. 대선을 앞뒀던 2012년 2월에는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냉난방비와 양곡비를 국고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새로 만들었다.
법적 근거가 생겼지만 예산 당국은 관련 사업이 본래 지방 사업임을 강조한다. 실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경로당 운영을 지자체 보조금 지급 제외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4년 지방교부세법 개정으로 특별교부세를 통한 지원도 불가능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노인복지법에서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긴 했지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법에 지원 근거를 두고도 법으로 지원을 막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회에서 정쟁이 반복된다. 2014년 여야는 경로당 냉난방 예산 삭감 문제를 놓고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돌렸다. 야당은 여당이 법률 개정으로 지원 근거를 마련해 놓고도 법률 취지를 무시하면서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노무현정부에서 국고 지원 근거를 원천 봉쇄했다며 맞섰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 지원 예산을 전액 미반영하는 것은 어르신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정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선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증액할 수 있는 예산 상황은 매년 달라질 수 있는데 정부안에서 0원인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증액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관련 법률 개정이나 관련 예산의 지방 이양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경로당 냉난방비, 매년 예산에 빠졌다가 넣는 이유는?
입력 2016-10-25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