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대통령… 정권연장 음모, 스스로 블랙홀 만드는 느낌”

입력 2016-10-25 00:00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의원들이 24일 개헌을 제안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의논하고 있다.이동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에 대해 ‘나쁜 대통령’ ‘정권연장용 음모’ ‘국면전환용 블랙홀’이라며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전 (박 대통령의) 이버지가 정권 연장을 위해 ‘3선 개헌’을 할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마치 정권연장을 위한 개헌 음모처럼 비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9년 전 개헌을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던 말씀을 (박 대통령에게) 이제 돌려드린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대통령이) 임기 초에는 개헌을 얘기하면 전부 블랙홀로 빠져 안 된다더니 이제 스스로 국면전환용 블랙홀을 만든다고 느꼈다”며 “중임제를 특히 강조하는 것을 보니 당신의 중임 생각도 하시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두 야당은 그러나 개헌 논의 참여시기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개헌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개헌 요구가 먼저 제기된 만큼 박 대통령에게 개헌 이슈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개헌특위’ 관련 논의 여부에 대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대선 전까지 국회에서 개헌 각론을 합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경우 청와대가 자체 안을 낼 텐데, 그러면 우리는 반(反)개헌 입장에 설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충분히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개헌 화두를 던진 지금이야말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라는 큰 걸림돌이 없어진 만큼 국민의 기본권 확대와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과감히 고쳐야 한다”며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개헌에 동참하겠다는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보다 적극적이다. 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에 다소 부정적이지만, 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만시지탄이지만 우리 당으로서는 (높게) 평가한다. 특위 구성 등 논의에 참가하겠다”면서도 “논의한다고 했지 동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개헌에 대한 당내 공감대는 이미 이뤄졌다”며 “청와대와 여당이 개헌 이슈를 선점하기 전에 야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