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 삼성’… 노트7 수습·비전 제시 과제

입력 2016-10-25 00:00

삼성전자 이재용(사진)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앞둔 삼성 내부는 무거운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등기이사직 복귀는 8년 만인 데다 안팎의 도전이 만만치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등기이사 선임 후 이 부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 서초사옥 일부 건물 내외부 유리세척 작업까지 하면서 오는 27일 열리는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를 위한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무난하게 총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돼 이틀 후면 ‘이재용의 뉴삼성’ 시대가 열리게 된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24일 이 부회장을 그룹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로서 사내이사 결격 사유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찬성 입장을 표명한 주주들의 수가 더 압도적이다.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이 부회장 이사 선임에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날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이상훈 사장이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어서 이사회는 이 부회장 등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그룹 안팎에 산재한 난제를 어깨에 짊어지고 등기이사직을 수행하게 돼 마냥 축배를 들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노트7과 관련해 단기적인 교환·보상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철저한 발화 원인 규명과 완벽한 제품 출시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최종 평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이재용식 뉴삼성’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게 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리며 “변화무쌍한 IT 사업 환경 아래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등이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이 부회장은 핵심 사업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정리에 착수한 상황이다. 화학과 방산 등 비주류 사업 부문은 한화와 롯데에 매각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프린트사업부를 미국 HPI에 매각하기로 한 이사회 결정은 이날 주총의 1호 안건으로 상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IT·금융·바이오 등 핵심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사업 개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도 이 부회장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엘리엇은 지난 5일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그룹구조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필요한 시나리오를 엘리엇이 제안함으로써 명분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엘리엇이 또 다른 노림수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부회장이 얽히고 꼬인 삼성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