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주변 인물들은 현 정부 후반기인 2014년 말부터 실체가 불분명한 비밀업체를 다수 설립해 운영한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전후에 등장하는 이들 업체는 대부분 두 재단과 사업목적이 유사하다는 특징도 있다. 최씨 등이 급조한 비밀업체를 이용해 재단에서 파생된 각종 이권사업에 참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밀업체 설립에 참여한 이들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미르·K스포츠 설립 전후 등장
현재까지 확인된 최씨 관련 비밀회사의 설립 시기는 2014년 말 이후에 집중돼 있다. 최씨와 주변 인물들이 업체 관계자로 포진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전후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Widec)’의 전신인 ‘마인제 959’를 인수해 ‘코레(CORE) 스포츠’로 명칭을 바꾼 시점은 미르재단 설립 두 달 전인 지난해 8월이다. 최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더블루케이 한국 법인은 K스포츠재단 설립 전날인 지난 1월 12일, 독일 법인은 2월 29일 각각 설립됐다. 최씨가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법인 존앤룩C&C와 세온도 각각 2014년 11월과 지난해 4월 만들어졌다.
이들 비밀회사 사업내용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상당부분 겹친다. 세온과 비덱, 더블루케이는 스포츠컨설팅이 주된 사업으로 K스포츠재단 사업과 연관성이 있다. 존앤룩C&C의 주요 사업내용에는 광고기획, 이벤트 대행 등은 미르재단 사업과 연결된다.
이들의 사업내용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비덱은 지난 1월 K스포츠재단을 통해 국내 재벌그룹으로부터 80억원을 투자받으려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동일한 이름의 비밀 회사를 차린 것을 두고 ‘한국에서 챙긴 이권을 외국으로 보내는 통로로 이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체 드러나는 최순실 라인
최씨와 관련된 각종 비밀회사 관련자와 미르·K스포츠재단의 연결고리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최씨가 지난 8월까지 서울 논현동에서 운영한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는 존앤룩C&C 소유다. 이 존앤룩C&C 법인등기부등본에는 김성현(43)씨가 지난해 4월까지 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돼 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24일 미르재단 사무실 임대차계약을 맺은 인물과 동일인으로 알려졌다.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씨는 특히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광고 감독 차은택(47)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는 평소 차씨를 통해 미르재단 인사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최순실→김성현→차은택→미르재단’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그려진다.
최씨와 K스포츠재단 사이에는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영태(40)씨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씨의 ‘자금 통로’ 의심받고 있는 더블루케이의 실질적 운영자로 지목되고 있다. ‘코어플랜’ ‘고원기획’ 등 고씨와 최씨가 함께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회사들도 계속 등장한다.
재단과 비밀업체 간 자금흐름 쫓는 검찰
최씨가 재단 자금을 사적으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씨와 관련된 비밀업체와 두 재단 사이에 의심스러운 돈의 흐름을 밝혀내야 한다. 문제는 최씨와 차씨 등 주요 조사 대상들이 외국에 머물고 있고, 고씨도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특히 최씨 등 관계자들은 좁혀오는 검찰수사에 적극 대비해 독일에 위치한 더블루케이 대표이사를 갑작스럽게 변경하거나 온라인상에 공개된 자료를 삭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최씨와 연관된 몇몇 비밀업체들은 최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서둘러 종적을 감추고 있다. 카페 테스타로싸는 지난 8월, 더블루케이는 9월 각각 폐업했다. 최씨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관련 수사를 앞둔 검찰로서는 향후 증거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최순실 비밀기업’ 현 정부 후반기부터 집중 설립
입력 2016-10-25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