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한국사회 안에 소수자나 약자, 반대 성(性)을 혐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여혐(여성 혐오), 남혐(남성 혐오)을 비롯해 초·중·고생을 비하하는 급식충(蟲), 틀딱충(틀니 소리를 빗대 노인을 비하하는 말) 등 ‘혐오하기’ 위해 등장한 단어들이 부지기수다. 국립국어원은 ‘극혐오하다(극혐)’를 2014년 신조어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을 기치로 내건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 신학위원회가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혐오를 양산한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개혁’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공존(共存)의 가치 설파’가 교회의 역할로 꼽혔다.
한동대 김준형 교수는 “혐오문화의 등장 원인은 갈수록 심해지는 불평등과 국가의 공공성 상실에 있다”며 “거대자본은 중소자본에게, 중소자본은 노동자에게, 노동자는 다시 비정규직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약육강식의 구조가 사회전반으로 넓고 깊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득권층의 속칭 ‘갑질’이 심해지면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자신보다 더 약한 자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양상을 보이고, 이로 인해 오늘날 한국사회 혐오문화가 더욱 견고해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신대 신광철 교수는 “혐오 현상의 이면에는 현재의 삶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포기의식이 깔려있고 ‘너는 나와 다르며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라는 극단적인 경계 짓기도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때로는 종교가 편 나누기의 첨병(尖兵)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람들이 삶의 방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면 종교, 특별히 기독교는 예언자적 사명을 갖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는 소외받는 이들의 영과 육의 회복을 위한 복지체계 확립에 노력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장신대 김은주 교수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지키는 것은 곧 이웃의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때문에 타인의 존엄성을 저버리는 혐오는 크리스천에게 곧 불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회의 역할은 성도들에게 단지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세상을 능동적으로 섬기는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을 양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넘치는 혐오 문화… 예수님은 뭐라 하실까
입력 2016-10-24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