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최근 3년간 동결해온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을 10%가량 인상키로 하면서 조선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 공급업체들은 최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와 3분기 후판 가격을 t당 5만원 정도 올리기로 합의했다. 기존 가격의 10% 수준이다. 이 가격은 조선사들이 지난 7∼9월 공급받은 후판을 정산할 때 소급 적용된다.
조선·철강업계는 보통 1년에 두 차례 협상을 벌여 후판 가격을 정한다. 올 하반기 협상은 양측이 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5개월 넘게 이어졌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 대금의 20% 정도가 후판 구입비다. 철강사는 전체 매출의 10∼20%가 후판에서 나온다.
조선업계는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음을 강조하며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40.6달러에서 최근 57.09달러로 42% 올랐다. 지난 7월 t당 90달러대 후반이던 원료탄 가격은 최근 200달러를 넘겼다.
후판 가격은 최근 3년여간 t당 50만원 수준을 유지해 왔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업계 사정을 고려해 후판 가격을 사실상 동결해온 것이었다. 이번 협상에서 철강업계는 이대로 가면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가격 인상을 밀어붙였다. 철강사들은 그동안 원재료 가격이 워낙 올라 t당 5만원 수준의 인상으로는 수익성을 개선하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이들은 협상 과정에서 더 높은 인상폭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는 올해 들어 열연, 냉연 등 다른 제품 가격을 t당 약 15만∼20만원씩 올렸다.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강행키로 한 데는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해양이 밀린 후판 구입 대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철강사는 3분기 실적에 STX조선해양의 외상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손실 처리할 예정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후판값 10% 인상… 조선업계 ‘주름살’ 더 늘듯
입력 2016-10-25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