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 청소년들이 심각한 노동 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B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터키에 들어간 시리아 청소년이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을 한참 밑도는 푼돈을 받고 불법 노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는 ‘유럽의 하도급 지대’로 불린다. 비교적 임금이 저렴한 데다 지리적 이점이 커 유행에 민감한 글로벌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공장이 많다.
난민 청소년은 영국의 패션·생활용품 기업 막스앤스펜서, 유통업체 아소스, 스페인의 SPA 브랜드 자라와 망고의 하도급 공장에서 옷을 만든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재봉틀과 씨름하거나 옷을 다림질하는 단순 업무를 한다. 일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청바지 제작 공정에도 방치됐다.
한 난민 청소년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공장에선 옷 조각 버리듯 내다 버릴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터키에는 현재 3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BBC는 이들 중 노동허가증을 받은 난민은 소수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의류공장에서 불법적으로 밥벌이를 한다고 전했다. 난민 청소년 손에 쥐어지는 돈은 시간당 최저임금(약 3500원)의 40%인 시간당 1파운드(약 1390원)에 불과하다. 이들은 거리에서 만난 중간모집책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고 수수료를 떼어가며 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거론된 브랜드 관계자들은 “아동 착취를 용납할 수 없다. 공급망을 감시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다니엘 맥뮬란 비즈니스 인권자원센터장은 “하도급 업체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월드 화제] 시리아 내전과 ‘자라’의 청바지
입력 2016-10-25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