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고이케 유리코(64·사진) 도쿄 도지사가 빠른 속도로 정치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가 오는 30일 개설하는 정치학원은 내년 도의회 의원 선거를 겨냥한 ‘고이케 신당’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실시된 도쿄 10구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고이케 지사의 측근 와카사 마사루(59) 전 자민당 중의원이 당선됐다. 고이케 지사가 선거기간 12일 중 7일이나 유세 지원을 나와 “와카사를 후계자로 삼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 덕분이다.
와카사 당선자는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추천한 후보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지지를 호소했다. 아베 총리가 눈 밖에 났던 고이케 지사와 이번 선거에서 화해를 연출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내년 여름 도의원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와 연계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와 가까운 와카사를 공천했다”고 분석했다.
고이케 지사는 개강을 앞둔 정치인 양성소 ‘희망의 학원’의 참가 신청자가 전국에서 4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정치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일본 정계에선 ‘희망의 학원’이 도의원 후보 양성소이자 신당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취임한 고이케 지사는 과감한 정책 행보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선 본인의 급여를 절반이나 줄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은 시설물 계획을 대거 수정해 최대 200억엔을 줄일 방침이다. 전임자가 결정한 도쿄 쓰키지 시장(일본 최대 수산물시장) 이전 계획은 연기했다. 시장이 옮겨갈 고토구 도요스 부지가 화학가스 공장이 있던 곳이어서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근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 여론조사에서 고이케 지사가 업무를 잘한다는 평가가 91.4%에 달했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선 고이케 지사가 도쿄올림픽 시설물 계획 변경을 검토하는 것에 78%가 찬성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도쿄 도지사 급부상
입력 2016-10-24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