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헌추진 의원모임엔 24일 기준 200명 넘는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헌법개정안 국회 의결 요건(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인 ‘개헌선’은 이미 확보한 셈이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지난 6월 개원사를 통해 “개헌은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논의에 불을 댕겼다. 국회 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하지만 개헌의 방향과 방식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여야는 물론 대선 주자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합의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장 국회 차원의 공식 논의 기구인 개헌 특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여야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특위 위원장을 누가 맡고 위원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개헌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실제 1987년 개헌 이후 국회마다 개헌 추진 모임이 있었지만 개헌특위로까지 발전된 적은 없었다.
20대 국회 개헌모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재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돼 있는 상태”라며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를 통해 개헌특위가 발족하면 특위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헌의 주체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들어 개헌특위 구성을 먼저 제안한 쪽은 야당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마냥 논의를 미룰 수도 없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순간 주도권이 청와대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권력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과거 개헌은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 개헌은 철저하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상향식 개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 특위가 꾸려지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에서부터 기본권 향상까지 포괄하는 대대적인 개헌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장이 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권력구조 개편의 방향이 ‘분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대안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을 놓고 여론전이 예상된다. 이는 차기 대통령과 현역 국회의원의 임기 문제와도 얽혀 있다. 예컨대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의견이 모아지면 현재 국회를 해산하고 새로 원 구성을 해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 명분뿐 아니라 실리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야권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기본권 향상을 위한 개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만을 위한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가 1년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의만 무성한 채 빈손으로 끝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헌법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개정안을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의결해야 한다.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으로 확정된다.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제헌국회 이후 9차례 개헌은 통치권자의 의지가 작용했거나 국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을 때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20대 개헌모임 200여명 동참 ‘개헌선 확보’
입력 2016-10-2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