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朴’ 카드 이번에도 통할까

입력 2016-10-25 04:04
정치적 위기 상황마다 예상 밖 카드를 꺼내들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도 ‘개헌 카드’로 다시 한번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기 위해 박 대통령이 또 한번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빨아들이는 ‘임기 내 개헌’ 방침을 들고 나온 것이 올 가을 정국 최대 이슈로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 특혜 의혹과 야권이 ‘비선실세’라고 주장하는 최순실씨 의혹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특히 최씨 의혹은 물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시점이다. 임기 말 국정과제의 성공적 마무리는 고사하고 창조경제, 문화융성 등 박근혜정부가 국정 기조의 양대 축으로 내세웠던 이들 정책이 비리 논란에 휩싸인 시점에 박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가 ‘개헌’이었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새누리당 한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는 24일 “대통령은 지지율이 한계점 이하로 떨어질 때면 반드시 이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를 해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차원”이라고 비판했다.

2007년 1월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의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 “참 나쁜 대통령이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고 비판했었다. 또 취임 이후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제동을 걸어온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며, 내부적으로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개헌은 하루아침에 단기간에 제안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개헌에 대해선 상당히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고, 대선 공약에도 개헌이 포함돼 있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개헌 현실화는 시기적으로 국민 공감대가 있는지, 국회의원들의 의견 및 국회 구조가 개헌에 적합한지 아니면 논란만 제기되고 본질적 부분에 심도 있는 토론이 안 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최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영향 등에 대해선 “개헌을 제안한다고 검찰 수사가 달라질 수는 없다. 그런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언급은 개헌 논의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고, 논의를 통해 국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