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개헌부터 첫단추 잘못 끼워 ‘정권 연장 도구’ 오명 시달려

입력 2016-10-25 00:01

1948년 7월 17일 역사적인 제헌헌법이 발효된 이래 우리 헌법은 그간 총 9차례 개정됐다. 정권 유지에 초점을 맞춘 1차 개헌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우리 개헌사는 한동안 ‘정권 연장의 도구’라는 부정적 인식과 함께해 왔다.

초대 제헌국회가 마련한 헌법 초안은 의원내각제, 국회 양원제를 골자로 했지만 이승만정부의 주장이 관철돼 대통령 중심제, 국회 단원제로 수정됐다. 대통령 간선제, 임기 4년에 중임을 허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1차 개헌은 1950년 이뤄졌다. 당시 총선에서 대패해 간선제 하의 재선이 불투명해진 이승만정부는 직선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가 부결시키자 정부는 계엄을 선포하고 일부 의원을 구속했다. 여야 대치 속에 대통령 직선제와 내각책임제를 혼합한 이른바 ‘발췌개헌’이 대안으로 통과됐다.

2차 개헌 역시 장기집권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통령 연임 제한을 폐지한 개헌안은 1954년 11월 국회에서 부결됐으나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4사5입(반올림)’ 원칙에 의해 의사록을 수정해 가결됐다.

1960년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4·19혁명으로 이승만정부가 물러나면서 3차 개헌이 이뤄졌다. 의원내각제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보장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이 6월 국회를 통과, 제2공화국이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부정선거 등 반민주행위자 처벌을 위한 소급 근거규정을 담은 4차 개헌도 추가로 이뤄졌다.

민주당 장면내각이 국가 안정에 실패하자 1961년 5월 박정희 전 대통령(당시 소장)을 중심으로 한 군부세력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이들은 이듬해 5차 개헌을 단행, 대통령 중심제와 국회 단원제로의 환원을 골자로 제3공화국을 출범시켰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3선 허용’의 6차와 유신 독재체제를 뒷받침한 7차까지 개헌을 철저히 권력 연장의 도구로 활용했다.

1972년 유신헌법에 의해 출범한 제4공화국은 1979년 10·26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하며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12·12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면서 8차 개헌과 제5공화국 출범이 1980년 이뤄진다.

연이은 군사정권에 분노한 국민들은 대통령 직선제 및 민주화를 요구하며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일으켰고, 대통령 직선제를 약속받았다. 여당은 6년 단임, 야당은 4년 연임을 주장했고 5년 단임제로 절충돼 9차 개헌이 이뤄졌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87년 체제’ 제6공화국 출범이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