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군단 가을야구 불펜은 모두가 필승조

입력 2016-10-24 18:09

NC 다이노스의 가을야구는 ‘필승조’가 없다. 김경문(58) 감독은 당일 몸 상태를 살피고 마운드에 올릴 불펜을 시시각각 결정한다. 투수가 없어서도, 전략이 없어서도 아니다. 자신감이다. NC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어느 팀보다 든든한 불펜을 구축했다.

임무를 완수했거나, 구위가 불안하면 다음 불펜을 투입한다. 공 1개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 임정호(26)가 그랬다. 임정호는 지난 2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LG 트윈스에 3대 2로 역전승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2로 뒤진 9회초 1사 1루 때 마운드를 밟아 초구에 희생번트를 댄 타자 오지환(26)을 잡고 내려왔다. 투구 수는 1개였다.

보직 파괴와 상시 대기로 묘사할 수 있는 김 감독의 ‘벌떼 마무리’다.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NC의 필승전략이다. 전략은 통했다.

NC는 지난 22일까지 이틀간 마산구장 홈경기로 열린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계획대로 모두 승리했다. 선발투수 에릭 해커(33·미국·1차전 7이닝 3피안타 2실점) 재크 스튜어트(30·미국·2차전 7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가 7이닝 이상을 책임지면 8회부터 남은 5∼6개의 아웃카운트를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의 불펜이 틀어막았다.

김 감독은 1차전에서 9회초 아웃카운트 3개를 잡기 위해 김진성(31) 임정호 임창민(31)을 차례로 투입했다. 패배의 목전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지 않고 반드시 뒤집어 이기겠다는 김 감독의 승부수였다. NC는 같은 회 말 공격에서 안타 5개와 볼넷 1개로 3점을 뽑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승부를 뒤집었다. 바로 직전의 수비를 무실점으로 방어한 벌떼 마무리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역전승이었다.

2차전에서는 2-0으로 앞선 8회초 1사에서 원종현(29) 이민호(23)를 차례로 투입했다. 원종현과 이민호의 당일 몸 상태가 가장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원종현은 1⅓이닝, 이민호는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각각 무실점으로 막고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NC의 간판 마무리투수는 정규리그 세이브 부문 3위에 오른 임창민(1승3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2.57)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누구든 승리한 경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클로저’가 될 수 있다.

임창민은 물론 정규리그에서 세이브보다 홀드가 많았던 원종현(3승3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18) 김진성(6승8패 1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4.48)부터 제5선발 이민호(9승9패 평균자책점 5.51)까지 모두 마무리투수로 대기 중이다. 임창민은 2차전을 마치고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 순간 마운드로 올라간 투수가 마무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1, 2차전에서 6명의 불펜을 활용했지만 각각 맡겼던 이닝과 투구 수가 적어 체력소모를 줄였다. 반면 똑같이 선발 2명 불펜 6명을 투입하고 원정 2연패를 당한 LG의 양상문(55) 감독은 1패만 당해도 탈락하는 벼랑 끝에서 불펜 운영의 부담까지 안고 24일 서울 잠실구장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보직을 지정하면 투수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마무리투수를 지정하지 않고 (당일의) 몸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