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 사용이 의무화된 지도 2년이 넘었다. 도로명주소가 없어 지번을 주소로 살던 시절의 차량 내비게이션은 찾고자 하는 건물의 출입구까지 안내해 주지 않아 불편했다. 119구급차량마저 출입구 반대편 도로에서 위치 안내를 종료함으로써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이는 토지관리 용도인 지번에는 건물 출입구에 대한 위치정보가 없어 토지 중심점에서 가까운 도로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도로명주소 도입으로 차량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에 주소(지번 또는 도로명주소)를 입력하면 건물 출입구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도로명주소에는 건물 출입구가 접해 있는 도로명과 그 도로에서의 건물위치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도로명주소 담당 공무원들은 건물 출입구 정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지번과도 연계시켰다. 또한 도로와 건물의 생성과 소멸 시에는 변동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해 최신의 데이터베이스로 유지·관리하며 이를 민간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보행자도 도로명주소를 활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일례로 건물번호판이 ‘중앙로 100’번인 건물 앞에서 ‘중앙로 120’번 건물을 찾는다면 도로를 건널 필요 없이 건물번호가 커지는 방향으로 200m만 더 가면 되고, 또 ‘중앙로 91’번 건물을 찾을 경우에는 100번 건물에서 도로를 건너 건물번호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90m만 더 가면 된다. 이는 건물번호가 도로의 한쪽 방향이 홀수로, 다른 쪽은 짝수로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20m 간격마다 홀짝의 두 수로 기초번호가 순차적으로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두 건물번호의 차에 10m를 곱하면 거리까지도 예측이 가능하다.
골목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해 좁은 길은 ‘퇴계로5길 14’ 또는 ‘중앙로100번길 33’ 등으로 ‘큰 도로명에 골목의 순서 또는 거리’를 조합하여 도로명이 부여되어 있다. 간혹 골목길에서는 방향을 잡기 어려운데, 도로명주소를 활용하면 큰길을 찾는 데도 유용하다. 즉, ‘퇴계로5길 14’ 건물 앞에서 ‘퇴계로’로 나가려면 건물번호가 작은 방향으로 찾아가면 ‘퇴계로’를 만날 수 있다. 도로명주소의 도입 목적 중 하나는 위급한 상황에서 신속 정확하게 위치정보를 확인하고 신고함으로써 소방이나 경찰이 빠르게 찾아와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통은 랜드마크 등을 찾아 위치를 설명하는데 이러한 방법으론 골든타임 내에 신속한 조치를 할 수 없다. 도로명주소의 건물번호판은 매우 유용하다. 건물번호판에는 ‘도로명과 건물번호’가 있으므로 신고자는 이를 확인하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사건·사고 위치를 알릴 수 있다.
3년 가까이 도로명주소를 사용했으나 일각에선 도로명주소의 편리성을 모르니 쓸데없이 주소를 변경했다고 불만이다. 도로명주소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도로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현재 어떤 도로에 있는지, 최종 목적지 도로는 어디인지, 어떤 도로들을 경유해야 하는지 등 도로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도로명주소 시행으로 전국 도로에 도로명판을 설치했으나 아직 부족한 실정이며, 간선도로를 안내하는 도로표지판에는 정작 도로명이 없다. 따라서 운전자는 도로명을 알 수가 없다. 만약 도로표지판에 도로명이 표시된다면 내비게이션도 도로명으로 안내해 훨씬 빨리 도로명주소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이 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명주소가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한 것이 무척 안타깝다.
위금숙 위기관리연구소 소장
[기고-위금숙] 활용하면 편리한 도로명주소
입력 2016-10-24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