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상병귀천문학대상’을 받은 새에덴교회 소강석(사진) 목사가 이번엔 작사·작곡가로 데뷔한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해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 목사는 ‘어느 모자의 초상’ ‘평화의 꽃길을 열어주소서’ 등 7권의 시집과 ‘영혼의 글쓰기’ ‘꽃씨 심는 남자’ 등 4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실 전 전 화성학이 뭔지도 잘 모릅니다. 그저 제가 쓴 시 중에서 노래로 불러도 괜찮을 것 같은 작품을 골라서 곡으로 만들어 본 겁니다.”
음악이론도 배우지 않은 소 목사가 어떻게 작곡할 수 있었을까.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회를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음악담당 목사의 제안을 받았는데 몇년 동안 계약과 취소를 반복했다.
올해는 제대로 한 번 해 볼 작정이었다. 소 목사가 쓴 시에 곡을 붙여 유명한 솔리스트에게 부르게 하고 교회 솔리스트도 세우겠다는 야심 찬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망설이는 동안 시간은 급물살을 타고 흘렀다. 유명 작곡가에게 작곡을 부탁했지만 만족스러운 곡은 나오지 않았다. 다급해진 소 목사는 예전에 쓰던 마이마이(테이프 플레이어)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녹음 버튼을 누르고 무작정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만들고 맘에 안 들면 다시 지우고 녹음하기를 반복했다. 완성된 테이프를 교회 피아노 반주자에게 넘겨 오선보에 제대로 옮기도록 했다. 평소에 애송하는 자작시 ‘꽃씨’를 비롯해 ‘갈대꽃’ ‘물망초’ ‘촛불’ ‘상처’ ‘가을연가’ ‘꽃잎과 바람’ 등 10편의 시는 이렇게 가곡으로 변신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소 목사는 저항시인 이육사의 ‘청포도’에도 곡을 입혔다. 자신이 쓴 ‘윤동주 추모곡’도 가곡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곡을 받아 든 성악가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부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 목사가 작곡한 노래는 1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청중들의 귓가에 들려질 예정이다. 소 목사는 “시대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교회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면서 “한국교회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음악회에서 소 목사는 축사나 설교를 하지 않는다. 티켓 값도 전석 모두 1만원으로 특별석과 일반석 구분이 없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새에덴교회 4층 끝자락 목양실에서 만난 소 목사는 왼쪽 눈 실핏줄이 터져 몹시 쓰라리다고 했다. 하지만 눈을 찡그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는 잃지 않았다.
용인=윤중식 기자
작사·작곡 직접한 소강석 목사 “시대와 소통 위해…”
입력 2016-10-24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