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전에나 등장할 법한 단종 자동차들이 여전히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그중에는 국내 경차시장을 연 티코나 국내 첫 독자 개발 승용차인 포니처럼 유서 깊은 모델이 많다. 이들 자동차는 점점 수가 줄고 있지만 그만큼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간한 9월 자동차등록 통계월보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 운행 중인 티코는 1만4942대다. 1991년 5월 대우중공업 경차사업부가 대우국민차 브랜드로 출시한 우리나라 첫 경차다. 티코는 2001년 3월 단종될 때까지 내수 41만여대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100만대 이상 팔렸다. 무게 620㎏에 도심 주행연비가 ℓ당 24㎞에 달해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1986년 7월 나와 1997년 2월 단종된 대우차 르망도 아직 1만7448대가 등록돼 있다. 이 차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독일 자회사 오펠의 카데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처음 나온 르망은 전장 4394㎜, 너비 1663㎜, 높이 1362㎜에 배기량 1498㏄, 최대출력 89마력, 최고시속 170㎞였다. 1983년 생산을 시작해 1986년 후속모델 르망 출시와 함께 단종된 대우차 맵시나(맵시)는 1412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차가 1997년 2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생산한 준중형 승용차 누비라는 에스페로 후속 차종으로 1만8841대가 남아 있다.
더 오래된 추억의 자동차들도 여전히 주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가 1975년 12월 생산을 시작한 포니는 1990년 1월 단종됐지만 지난달 말 현재 6512대가 유지되고 있다.
포니는 70, 80년대 국내 대표 승용차였다. 출시 당시 모델은 일본 미쓰비시의 새턴 엔진을 장착한 4기통 1238㏄에 최대출력 80마력으로 가격은 세금 포함해 229만원 정도였다.
1977년 12월부터 1981년 12월까지 4년간 생산된 제미니는 단종 35년이 지난 지금 239대가 남아 있다. 이 차는 나중에 대우에 인수된 새한자동차에서 출시해 ‘새한 제미니’로 불렸다.
기아차가 1974년 10월 출시한 최초 승용차 브리사는 1981년 12월 생산이 중단됐지만 제미니보다 많은 573대가 등록돼 있다.
이밖에도 현대차 코티나(1983년 단종·1278대), 프레스토(89년 단종·4891대), 스쿠프(95년 단종·3699대)와 기아차 콩코드(95년 단종·8285대), 캐피탈(96년 단종·7784대) 등도 아직 거리에서 목격할 수 있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기획] 단종 26년 승용차 포니 지금도 6512대가 달린다
입력 2016-10-2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