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문’ 색채 강화… 박원순에 쏠린 눈

입력 2016-10-24 00:03
박원순 서울시장이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탈당 이후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후보 경선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박 시장이 지난 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는 모습. 곽경근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탈당 이후 당 안팎 시선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손 전 대표 탈당으로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더욱 강해졌다. 박 시장은 손 전 대표와 함께 당내 비문(비문재인) 입지를 넓힐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젠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연말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대권 행보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손 전 대표 탈당으로 얻은 것은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 강화, 잃은 것은 대선 경선 다양성이다. 추미애 대표가 공정한 경선 관리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친문 그룹이 지도부를 ‘석권’한 상태인 만큼 비문 잠룡 활약이 경선 편파 시비를 가릴 결정적 근거였다. 하지만 손 전 대표 탈당으로 사실상 박 시장만 홀로 남게 됐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세대교체론의 선두주자지만 비문이라기보다 문 전 대표의 대체재로 해석되는 한계가 있다. 비문 그룹인 김부겸 의원은 ‘대구 생환’ 외 원내외 존재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민주당 심정도 복잡하다. 박 시장 활약 없이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직행하면 야권 대표로서 정당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다양성을 잃게 되면 본선에서 매우 치명적”이라며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문 전 대표에 ‘종북 딱지’까지 얹는 데 성공하면 또 ‘문재인당’ ‘종북당’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 경우 바깥 공간(제3지대)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란 대선 ‘상수’도 야권 내 민주당 입지를 잠식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연말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한 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귀국 후 벌어질 정계개편 논의를 지렛대 삼아 지지율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한 측근은 통화에서 “박 시장은 문 전 대표와 지지층이 80%까지 겹친다. 경선 구도에서 박 시장에 대한 당내 비토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반 총장 귀국 후 본격 등판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섣부른 얘기”라고 일축했다.

오는 27일엔 박 시장 지지자 모임인 ‘시민시대’도 대대적으로 발족한다. 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지층의 자발적 모임이다. 문 전 대표 대세론에 대한 경계 의미가 작용한 것”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행정에서 가장 잘 실현한 사람이 박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500여명으로 이뤄진 시민시대는 전국에서 생활정치를 실행하는 시민정치 조직이다. 소상공인과 택시 자영업자를 비롯, 경제 교육 문화 농업 청년 등 다양한 그룹이 참여했다.

민주당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이재명 성남시장 중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역량이 검증된 이 시장은 스스로 ‘잡초 인생’이라고 평가하는 것처럼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강경 자세와 직설화법이 얼마나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이날 나란히 고(故) 백남기씨 빈소를 찾았다. 박 시장은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은 영장을 반환해야 한다”고, 이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공작행위”라고 비판했다.

글=강준구 최승욱 오주환 기자 eyes@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