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인’으로 불리는 백석(1912∼1996). 평안북도 정주 출신인 그는 일제 강점기 최고의 서정시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서정시와는 달리 굴곡진 한국사의 축소판이었다. 신문기자와 교사, 번역가로 활동했던 그는 해방 이후 고향에 남는 바람에 남한에선 월북시인이란 딱지가 붙어 외면받았고, 북한에선 사상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집단농장으로 내쳐졌다. 1988년 납북·월북 작가의 해금 이후 백석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은 작가는 없다.
최근 공연계에도 백석의 삶을 다룬 작품 두 편이 잇따라 앙코르 공연을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월 5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과 기생 자야의 사랑이야기다. 자야는 3공화국 시절 권력 실세들이 애용했던 요정인 대원각의 주인. 뮤지컬은 자야가 평생 사랑했던 백석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해림이 대본과 가사, 채한울이 작곡, 오세혁이 연출을 담당했다. 백석 역에는 강필석·오종혁·이상이, 자야 역에는 정인지·최연우가 캐스팅됐다.
오는 30일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극장인 30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백석우화’는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백석의 삶을 그린 음악극이다.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특히 해방 이후 잊혀졌던 백석의 안타까운 모습을 그렸다.
백석은 북한에서 아동시와 번역을 하며 나름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덕분에 초기엔 대접을 받지만 결국 유배를 당한다. 30년간 삼수갑산에서 지낸 그는 남북한 모두에서 잊혀진 존재가 된다. 그가 매일 시를 쓰지만 바로 불쏘시개로 태우는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지난해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백석 역의 오동식은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시인의 시인’ ‘굴곡진 한국사의 축소판’… 백석의 삶 다룬 작품 2편 잇달아 공연
입력 2016-10-24 18:34